고령자 고용을 가장 망설이는 이유는 ‘산재사고 위험’
업무수행 능력 ‘긍정적’ 75%
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은 고령근로자 고용을 가장 망설이게 하는 요인으로 ‘산재사고 위험’을 꼽았다. 또한 전반적으로 고령근로자가 주어진 업무를 적절하게 수행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3월 ‘고령자 노동시장의 수요측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만 55세 이상 고령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사업체 763개를 대상 설문조사 결과, 고령근로자 고용을 가장 망설이게 하는 요인 1순위로 ‘산재사고 위험’(27.1%)을 꼽았다.
이어 ‘자격·경력이 맞지 않아서’(19.5%), ‘지원자 부족’(18.5%), ‘오래 일하지 못할 것 같아서’(14.8%), ‘근로자 요구를 맞추기 어려움’(8.0%) 등의 순이었다. 설문조사는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7월 1일부터 8월 4일까지 한달간 763개 사업체의 인사담당자가 참여했다.
오진욱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중대재해법)에 대한 사업주의 부담감을 엿볼 수 있다”면서 “저하된 신체능력을 배려하기 위한 근로여건을 마련하기 쉽지 않은 인사담당자의 부담감이 응답에 반영된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22년 1월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법은 근로자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고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 올해부터 50인(5~49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 적용되고 있다. 실제로 전체 산업재해 중 50세 이상 고령근로자의 비율이 높다. 지난 3월 고용노동부가 2023년 산업재해 현황 부가통계(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재해조사 대상 전체 사고사망자 598명 가운데 50세 이상이 73.4%(439명)를 차지했다. 60세 이상도 39.0%(233명)나 됐다.
고령근로자를 고용하는 이유로 ‘특별한 이유가 없다’는 응답이 44.2%로 가장 많았다. 이어 ‘주요 업무의 특성상 고령자가 주로 지원해서’(33.5%), ‘직무 요건이 높지 않아서’(10.7%). ‘인사관리의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어서’(6.2%) 등이 뒤를 이었다.
설문조사에서 기업들은 전반적으로 같이 일하고 있는 고령근로자가 주어진 업무를 적절하게 수행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2022년 한해 동안 전반적으로 55세 이상 고령 근로자가 주어진 업무를 적절하게 완수했느냐’는 질문에 긍정적으로 동의하는 비율이 75.1%(그렇다 49.7%+매우 그렇다 25.4%)나 됐다. 부정적인 응답(전혀 그렇지 않다+그렇지 않다)는 2.5%로 매우 낮았다.
인사담당자들은 고령근로자의 업무수행 능력을 긍정적으로 인식해도 신규 채용에 소극적이었다. 올해 55세 이상 고령근로자 신규 채용 계획을 물어보니 48.9%는 ‘채용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지난해보다 채용 규모를 축소하겠다’(4.5%)까지 더하면 절반이 넘었다. ‘지난해 전체 채용 계획보다 확대하겠다’는 응답은 4.6%에 불과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