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미국 지원 약속 받고 반색
젤렌스키 “승리 가능성 있다” … 미국 지원 이르면 이번 주말 재개
20일(현지시간) 미국 연방하원에서는 608억달러(약 84조원) 규모의 대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이 처리됐다. 이르면 23일 이뤄질 상원 표결이 있지만 상원은 이미 지난 2월 우크라이나·이스라엘·대만 지원을 하나로 묶은 ‘패키지 안보 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따라서 이변이 없는 한 지원안은 통과될 전망이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미국 의회에서 현재까지 예산 1130억 달러(약 156조원)를 책정했는데, 이번에 하원을 통과한 지원안 규모가 그 절반을 넘는다. 608억 달러 규모의 우크라이나 지원안이 상원 가결과 대통령 서명을 거쳐 통과되면 미국은 우선 유럽의 미군기지 등에 있는 무기 재고를 철도 등을 통해 우크라이나로 공급하게 될 전망이다. 반년간의 표류 끝에 어렵게 처리된 만큼 우크라이나는 대러시아 항전에 상당한 동력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르면 이번 주말에 군수품 지원이 재개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민주당 소속의 마크 워너 상원 정보위원장은 21일(현지시간) CBS 방송 인터뷰에서 “23일이나 24일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안에 대한) 대통령 서명까지 마치면 군수품이 금주 말까지 운송 상태에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예산 법안에 에이태큼스(ATACMS) 지원 내용이 포함된 것과 관련 “나는 정부가 지난 몇 달간 ATACMS를 제공하기 위해 준비해 왔다고 믿는다”라면서 “그것은 예산 법안에 명시돼 있다”고 말했다. 또 “지난 2년간 3%도 안 되는 국방 예산으로 우크라이나와 함께 러시아의 기존 지상 병력 87%, 전차 63%, 장갑차 32%를 제거했다”며 “이 과정에서 단 한 명의 미국인 병사도 생명을 잃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미국 정부는 우크라이나 키이우에 있는 자국 대사관에 군사 고문을 추가로 파견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정치매체 폴리티코가 21일 보도했다.
패트릭 라이더 미국 국방부 대변인에 따르면 군사 고문들은 전투 역할을 수행하지는 않고 우크라이나 정부와 군에 조언과 지원을 제공하게 된다. 라이더 대변인은 성명에서 “국방부는 이 전쟁이 진행되는 동안 안보 환경의 진화에 따라 우크라이나에서 우리의 존재를 재검토하고 조정해왔다”면서 “현재 우리는 대사관 내 방위협력사무국(ODC)을 보강하기 위해 고문 몇 명을 추가로 보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ODC는 인력은 전부 국방부 소속이지만 대사관 내 조직으로서 대사의 지휘를 받으며 다양한 자문 및 비전투 지원 임무를 수행한다.
라이더 대변인은 작전보안 등을 이유로 추가 파견하는 고문 숫자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당국자들은 최대 60명을 보낼 수 있다고 폴리티코에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이런 결정에 대해 반색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NBC 방송 인터뷰에서 “이번 지원은 우크라이나 군을 강화할 것”이라면서 “우크라이나가 정말로 필요한 무기 시스템을 확보할 경우 우리는 승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장거리 지대지 미사일인 ATACMS를 언급하면서 “전선에서 병사를 잃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장거리 미사일이 필요하다”면서 “장거리 미사일과 방공(미사일)이 필요하다. 그것이 우선순위”라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우크라이나군은 이날 크림반도에 주둔한 러시아 흑해함대 소속 구난함을 공격해 작동 불능상태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AFP 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이날 “오늘 우리 해군이 크림반도에서 러시아 구난함 ‘코뮤나’를 공격했다”고 전했다.
드미트로 플레텐추크 우크라이나 해군 대변인은 코뮤나함이 더 이상 임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됐다며 “러시아인들의 배가 모두 없어지거나 크림반도를 떠날 때까지 이런 일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