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며칠내 하마스에 고통스런 타격”
미 하원 예산지원 결정에
라파 지상전 돌입 예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자국 인질 구출을 위해 며칠 내로 유월절 기간 중에 하마스에 “추가적이고 고통스런 타격”을 가하겠다고 21일(현지시간) 밝혔다. 미국 하원이 260억달러(35조8540억원)의 이스라엘 지원안을 통과시킨 지 하룻만에 나온 발언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발표한 유월절(유대민족의 출애굽을 기념하는 명절, 4월 22~30일) 영상 연설을 통해 “불행히도 하마스는 모든 인질 석방 제안을 거절했다”며 인질 석방을 위해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국내 비판을 반박했다고 현지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이 22일 보도했다.
지난해 10월 7일 기습 공격으로 하마스에 납치된 129명의 인질이 가자지구에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스라엘 국내에서는 인질 가족들과 지지자들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서 정부에 협상 타결을 위한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라고 촉구하는 상황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하마스는 극단적인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은 채 우리 안의 분열과 이스라엘 정부를 향한 국제사회의 압박을 키웠다”면서 “하마스는 인질 석방 조건을 되레 더 강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따라서 우리는 하마스를 고통스럽게 타격할 것이며 곧 그렇게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러면서 “며칠 안에 우리는 하마스를 군사적, 정치적으로 압박할 것이다. 그것만이 인질 구출과 승리 쟁취를 위한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발언이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 진입 작전 개시를 의미하는 것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이날 남부사령부의 전투 계획을 승인했다고 TOI가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남부군 사령관 야론 필켈만 소장이 참석한 가운데 전황 평가와 함께 전쟁 지속에 대한 계획이 승인됐다”고 밝혔다. 전투 계획에는 이스라엘군의 라파 공세뿐 아니라 하마스가 여전히 주요 세력을 유지하고 있는 가자지구 중부에서의 작전 가능성도 포함된 것으로 예상된다고 이 매체는 분석했다.
이스라엘은 이집트와 접경한 라파에 하마스 지도부와 잔당이 은신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쟁을 끝내기 위해선 이 지역에서 대대적인 공세를 펼쳐 하마스의 4개 대대를 해체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약 140만명의 피란민이 몰린 라파에서 시가전이 벌어질 경우 엄청난 인명피해가 예상된다며 이스라엘을 만류해왔다. 반면,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8일 라파 진입 작전을 반드시 실행할 것이며 이를 위해 날짜도 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영상 메시지를 통해 라파 작전이 임박했음을 공언하는 것은 현재 진행 중인 인질 협상에서 하마스를 압박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지난 18일 이스라엘과 미국 안보 당국자들이 지상 공격 가능성에 대해 영상 회의를 가진 뒤에도 양측은 작전의 세부 사항을 놓고 여전히 갈등을 빚고 있다. TOI는 백악관이 “미국측 참가자들은 라파에서의 다양한 행동 방침에 우려를 표명했다고”고 밝혔다면서 “이는 지난 1일 열린 화상회의에서 나온 발언과 거의 똑같다”고 전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