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난민구호 직원이 하마스? “증거 없어”
조사기구 “이, 증거 미제출”
“UNRWA명단 회원국과 공유”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직원 상당수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공작원이라는 의혹을 제기한 이스라엘이 이 문제를 조사한 유엔 독립기구에 증거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22일(현지시간) 카트린 콜로나 전 프랑스 외무장관이 이끄는 유엔 독립조사기구는 검토 보고서를 내고 이같이 지적했다.
다만, 독립조사기구는 UNRWA가 중립성을 보장하고 기부자들과의 신뢰 회복을 위해 직원들에 대한 보다 강력한 심사 등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1월 UNRWA의 가자지구 직원 1만3000명 중 12명이 지난해 10월 7일 발생한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달에는 UNRWA 직원 450명 이상이 하마스 공작원이라는 의혹을 추가로 터뜨렸다.
이스라엘의 주장에 미국을 포함한 16개 주요 기부국은 올해 UNRWA 예산의 절반에 가까운 약 4억5000만달러 상당의 자금 지원을 중단해 실존 위기에 처했다.
이런 가운데 유엔은 지난 2월 의혹을 규명할 독립조사기구를 꾸렸고, 이날 발표한 검토 보고서에 조사기구의 활동 결과를 담았다.
보고서는 작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에 UNRWA 12명이 관여했다는 의혹은 아직 내부 감찰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다수의 UNRWA 직원이 하마스 공작원이라는 이스라엘의 추가 의혹 제기 내용에 대해서는 “증거자료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이 돌연 UNRWA의 하마스 연계설을 주장한 데 대해서도 의문을 표했다. 보고서는 “UNRWA는 3만2000여명에 달하는 전체 직원 목록을 회원국과 공유하고 있는데 이스라엘 정부는 2011년 이후 이처럼 공유된 직원 명단을 놓고 어떤 우려 사항도 UNRWA 측에 알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독립조사기구는 UNRWA가 중립 원칙을 유지하기 위한 강력한 절차를 갖고 있지만 중립성 위반 사례가 종종 제기되는 등 문제점도 발견됐다고 전했다. 2017년부터 2022년까지 UNRWA 직원의 중립성 위반 사건은 해마다 7~55건 정도 나왔고, 작년부터 지난 2월까지는 151건이 접수돼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조사 대상은 대부분 소셜미디어의 정치적 표현물 관련 사안이었다.
보고서는 정치적 견해 표명 문제뿐 아니라 정치적 색채를 지닌 UN RWA 직원 노조가 UNRWA 경영진을 위협하거나 때로는 운영 중단을 야기하는 사례 등도 문제점으로 짚었다. UNRWA 직원들이 가자지구 내 학교시설 등에서 중립적이지 않은 내용의 교재를 이용해 수업한 사례도 있었다.
콜로나 전 외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금 이 중요한 시기에 UNRWA는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대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필수 불가결하고 대체할 수 없는 기관”이라고 밝혔다.
기구의 중립성을 위해 기부국과 회원국의 참여를 늘리고 내부 감독 구조를 강화하며 직원 및 직원노조의 중립성을 더욱 높여야 한다는 권고 사항을 독립조사기구는 제시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런 권고사항을 수용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보고서 내용에 반발했다. 오렌 마모스타인 외무부대변인은 “보고서가 문제의 심각성을 무시하고 있으며, 하마스가 엄청난 규모로 UNRWA에 침투해 있다는 상황을 덮어버리는 미봉책만 제시했다”고 주장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