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부영골프장 5300세대 개발 ‘불투명’
감사원, 특혜 시비 경고
“용도변경 도시계획 잘못”
감사원이 최근 자연녹지인 전남 나주 부영골프장 잔여부지(35만㎡)를 아파트 신축이 가능한 주거용지로 바꾼 ‘나주시 도시기본계획이 잘못됐다’는 감사결과를 발표해 후폭풍이 예상된다.
특히 아파트 5300여 세대 짓는 도시관리계획을 승인할 경우 특혜 시비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부영주택은 골프장 부지 40만㎡ 한국에너지공과대학(한전공대)에 기부하는 조건으로 잔여부지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감사원 지적으로 사업추진이 불투명해졌다.
23일 전남도와 나주시 등에 따르면 감사원은 최근 ‘부영CC 잔여부지 도시기본계획 등 변경 과정’에 대한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감사는 청구인 B씨 등 457명이 지난 2022년 한전공대 설립 과정에 대한 공익감사를 청구해 시작됐고, 한전공대는 같은 해 개교했다.
감사원 감사결과에 따르면 전남도와 나주시, 부영주택은 지난 2019년 1월 부영CC 부지를 한전공대에 기부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당시 전남도와 나주시는 한전공대 유치를 놓고 광주시와 경쟁했고, 부영CC 부지 무상 제공이라는 통 큰 혜택(800억원 추정)을 제시해 유치에 성공했다.
김영록 전남지사와 강인규 나주시장,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등은 같은 해 8월 후속 조치로 ‘한전공대 부지 증여 약정서’를 체결했고, 나주시는 곧바로 기부된 땅 등을 도시기본계획에 반영하는 ‘한전공대 및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도시계획 변경 용역’을 발주했다. 나주 도시기본계획 변경(안)은 이듬해 나주시장 결재를 받아 전남도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최종 승인됐다. 이에 따라 자연녹지인 골프장 잔여부지가 시가화 용지(주거용지)로 변경됐고, 부영주택은 2020년 이를 기초로 아파트 5300세대를 짓는 도시관리계획 변경안을 나주시에 제출했다. 이에 광주경실련 등은 ‘통 큰 기부’가 아닌 ‘부당한 거래’라고 반발했다.
감사결과에 따르면 골프장 잔여부지는 ‘나주시 도시관리계획 결정 또는 개발사업에 의한 토지의 용도변경’ 등이 수반되지 않아서 주거용지로 변경할 수 없는 땅으로 확인됐다.
사정이 이런데도 용역회사는 ‘한전공대 및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도시계획 변경 용역’ 수행 범위에 골프장 잔여부지 용도변경이 빠져있는데도 임의로 포함해 용역을 진행했다. 게다가 클러스터 개발로 인한 유입 인구(4050명)를 8100명으로 부풀려 골프장 잔여부지 용도변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감사원은 잘못된 용역을 그대로 수용한 나주시에 ‘주의’를 주고, 골프장 잔여부지 용도변경 타당성을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나주시 관계자는 “감사원 감사결과를 검토한 후에 부영이 요청한 도시관리계획 변경안을 어떻게 처리할지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무리한 용도변경이 한전공대 부지 무상 기부 조건으로 추진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대가성 논란도 예상된다. 감사결과에 따르면 전남도는 한전공대 부지의 증여 약정을 받기 위해 나주시 도시기본계획 변경 용역 추진상황을 부영주택에 수차례 설명했다.
특히 당시 전남도 정무부지사와 한전공대 지원담당관 등은 2019년 7월 부영그룹 본사를 직접 방문해 도시기본계획 변경 용역 추진상황을 설명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남도는 그동안 대가성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감사원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이에 전남도 관계자는 “나주시 도시기본계획 재검토 결과가 나올 때까지 후속 조항(도시관리계획 변경)이 안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감사결과에 따라 그동안 부당한 거래를 지적했던 광주경실련 등 시민단체도 대응방안 검토에 나섰다.
광주경실련 관계자는 “감사원 감사결과를 검토한 후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