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가자병원 집단암매장 조사 촉구
하마스-이스라엘 진실공방 … “점령군이 매장” vs “팔레스타인 주민이 매장”
유엔 인권사무국은 집단 매장지 두 곳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23일(현지시간) 현지 언론과 외신 보도에 따르면 하마스 측 가자지구 민방위국은 남부 최대도시 칸 유니스의 나세르 병원에서 지난 20일부터 280여구 집단 매장 시신을 발견했다고 주장했고, 북부 가자시티에 있는 알시파 병원에서도 30여구의 시신을 발굴했다고 밝혔다.
하마스는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주민을 죽인 뒤 암매장했다고 주장했다.
하마스 정부 언론 담당자 이스마엘 알타와브타는 AFP 통신에 “점령군이 살해한 사람들이 묻힌 집단 매장지를 발견했다”며 “아동과 여성 등 민간인을 상대로 한 이 범죄에 대해 국제사회가 면밀한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긴급 구조 단체인 팔레스타인 민방위 대변인 마흐무드 바살은 “칸 유니스에서 발견된 시신 중 일부는 수갑이 채워져 있거나 머리에 총을 맞았거나 구금자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면서 “이스라엘군이 그들을 죽이고 매장했다”고 비난했다.
이스라엘군은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주민의 시신을 매장했다는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다”며 “나세르 병원 작전은 병원 시설이나 의료진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특정 목표물만 겨냥하는 방식이었다”고 즉각 반박했다. 또 최근 나세르 병원 작전 중 팔레스타인 주민에 의해 병원 마당에 매장됐던 시신을 일일이 확인했다면서 이는 하마스에 잡혀간 인질의 시신이 섞였는지 확인하기 위한 절차였다고 설명했다.
볼커 투르크 유엔 인권 사무총장은 “불처벌이 만연한 분위기를 고려할 때 대규모 무덤에 대한 국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투르크의 대변인 라비나 샴다사니는 “다수의 시신이 발견된 것이 명백한 만큼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병원이 부서지고 병원 마당에서 집단 무덤이 발견된 것은 끔찍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부 시신의 경우 손이 묶인 상태인데 이는 국제 인권법과 국제 인도주의 법의 심각한 위반 사례로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지난 2월 15일 나세르 병원을 급습해 하마스 활동을 중단시켰고, 그곳에서 피신 중인 수백 명의 실향민에게 대피하라고 명령했다.
이후 이스라엘군이 병원을 떠났지만, 이달 초 가자 남부에서 철수하기 전까지 칸 유니스 지역에서 계속 작전을 펼치며 광범위한 파괴를 남겼다. 또 병원 의사들과 가자 보건부는 이스라엘의 습격 중에 나세르 병원 에서 도망치려던 일부 사람들이 이스라엘 군인들의 총격을 받았고 일부는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었다고 말했다.
이것만이 아니다. 이스라엘 감옥에서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의 의문사가 속출하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22일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요르단강 서안지구에 본부를 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산하 수감자 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7일 개전 이후 이스라엘 감옥에서 숨진 팔레스타인인 수감자가 최소 13명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사인은 대부분이 구타 또는 치료 중단이라고 위원회 관계자는 전했다. 보고서는 구체적 사인은 적시하지 않았지만 “여러 타박상과 다수의 갈비뼈 골절로 볼 때 그들이 당한 폭력이 사망 원인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추정할 수 있다”고 적었다.
BBC는 수감자들의 증언을 통해 감옥에서 몽둥이로 구타당하거나 옷과 음식 등 생필품을 빼앗겼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교도소 당국은 이같은 가혹 행위 의혹을 부인하며 “모든 수감자의 기본권을 존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국무부는 이날 공개된 ‘2023 국가별 인권 보고서’에서 하마스와의 전쟁이 이스라엘 내 인권 상황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살인, 실종, 고문, 언론인 체포 등 보고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