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5.18 현안사업 추진 제자리걸음
옛 교도소 활용방안 7년째 답보상태
정부 관심 부족과 단체 이견이 원인
광주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5.18민주화운동과 관련된 현안사업이 정부의 관심 부족과 관련 단체 입장 차이로 답보상태 등에 놓여있다. 광주시는 정부지원을 받아 해결할 방침이지만 정부가 세수 부족으로 기존 사업을 원점 재검토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정상적인 사업추진이 불투명한 상태다.
24일 광주시와 5.18기념재단 등에 따르면 5.18 사적지인 옛 광주교도소 활용방안으로 시작된 ‘광주 민주인권기념파크 조성사업(1400억원 예상)’이 7년째 답보상태다. 앞서 광주시는 지난 2018년 광주교도소 이전에 따라 옛 광주교도소 보존과 함께 민주인권기념파크를 만들어 5.18기념과 청년 창업 지원 공간으로 활용할 방침이었다. 이 계획에 따라 행정안전부에 사업 추진을 건의했다.
하지만 땅 주인인 기획재정부가 2019년 1월 경제 활력 대책회의에서 ‘생활 SOC 및 국유재산 토지개발 선도사업 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난관에 부딪혔다.
선도사업은 용도가 끝난 국유지를 개발하는 게 주요 골자다. 정부계획에 따르면 옛 광주교도소는 문화교육 공간과 첨단물류, 전자상거래 창업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며, 기획재정부는 개발사업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위탁했다. 이에 LH는 전체 부지 8만9000㎡ 중 1만5000㎡를 주상복합 아파트로, 1만1570㎡를 창업 공간 등 도시 지원시설로, 1만2905㎡를 복합시설과 근린생활시설 등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여기에 필요한 사업비는 아파트 부지를 매각해 충당하기로 했다.
이런 개발소식이 알려지자 5.18단체와 지역 정치권 등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모든 사업이 잠정 중단됐다. 이러던 차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광주의 자유·민주·인권 정신 계승과 발전을 위해 5.18국제자유민주인권연구원(연구원) 설립을 공약했다. 이에 따라 광주시는 선도사업 제외와 함께 두 사업을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기재부는 여전히 원안을 고집하고 있다.
연구원 역시 지난해 국비 13억원을 지원받아 5.18기념재단 산하에 임시조직(현원 4명)을 만들었지만 설립 등이 불투명하다.
박강배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올해 연구원 설립 타당성 연구용역을 마쳤다”면서 “정부에 설계비 반영 등을 요구할 생각이지만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시범 운영 중인 ‘국립 국가폭력 트라우마 치유센터’는 당초 계획보다 축소됐다. 광주시는 지난 2012년부터 트라우마 센터를 자체 운영했고, 지난해 국가시설로 승격됐다. 현재 광주 본원과 제주 분원을 운영 중이다. 설립 전 행정안전부가 실시한 설립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에는 센터 인원 60명, 연간 운영예산이 61억원으로 조사됐다. 그렇지만 올해 인원 13명과 예산 8억원만 확보된 상태다. 이에 광주시가 오는 5월에 있을 추가경정예산에 운영비 5억원을 긴급 편성할 정도로 ‘반쪽 운영’ 중이다.
‘망월묘역(5.18 구묘역, 3403㎡) 성역화사업’은 5.18 단체 등의 입장차이로 지지부진하면서 관련 예산이 삭감될 처지에 놓였다. 망월묘역은 1980년 5.18 희생자들이 묻혔던 곳이다. 희생자들이 1997년 국립 5.18민주묘역으로 이장하면서 희생자 가묘와 민주화운동에 헌신했던 인사 58명이 이곳에 안장됐다. 해마다 참배객 수천명이 찾고 있지만 5.18민주묘역에 비해 너무 초라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강기정 광주시장 지시로 성역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비 등으로 3억9000만원을 책정했다. 그러나 5.18 유족회 등 관련단체 등이 통합 관리동과 정문 위치 등을 놓고 입장 차이를 보이면서 사업추진이 늦어지고 있다.
박용수 광주시 민주인권평화국장은 “5.18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만큼 민주인권기념파크 조성과 망원묘역 성역화 사업 등이 전액 국가사업으로 진행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