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회담 앞 ‘이재명표 전국민 지원금’ 놓고 여야 격돌
국민의힘·개혁신당, 재정건전성·물가상승 내세워 ‘반대’
민주당 “물가는 공급요인 탓, 재정 통해 구매력 높여줘야”
이 대표 공약 ‘지역화폐·기본소득’, 윤 대통령 거부감 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회동이 예고돼 있는 가운데 ‘전 국민 25만원 지급’이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전 국민 25만원 지급’은 이 대표가 총선 중 제시한 공약으로 이 회동의 핵심 의제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이미 ‘마약과 같은 포퓰리즘’으로 규정한 데 이어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에서는 ‘물가 자극’을, 기획재정부는 ‘재정건전성’을 우려하며 막아섰다.
25일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대통령과 이 대표의 회동에서는 모든 게 의제가 될 수 있고 일부 의제만 우선순위라고 하기 어렵다”면서 “대파 가격 문제 등 민생과 관련된 부분이나 채 상병 특검과 관련된 부분이나 모두 우선순위에 올려놓을 수밖에 없고 민생 부분, ‘전 국민 25만원 지급’도 당연히 논의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실무회담 단계에서 어떤 것은 넣고 어떤 것은 빼기는 어렵다”면서 “대통령과 제1 야당대표간에 만남이니까 모두 테이블에 올려놓아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불황 타개 방식으로 한시적 ‘기본소득’ 형태의 ‘전 국민 25만원 지급’을 내놨고 필요한 예산은 13조원 정도로 추정했다. 지역상품권으로 주기 때문에 저축을 하거나 이자를 갚는 데 쓰기 어렵고 순전히 지역 소상공인 소비에 사용되므로 지역경제를 살리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박성준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전 국민에게 25만원씩 지급하자는 것은 지역상품권으로 주면서 동네상권을 살리는 것이고 이는 경제를 살리기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하게 만들자는 것”이라며 “지금은 돈이 많은 사람은 돈을 안 쓰고 돈이 없는 사람들은 돈을 못 쓰는 상황”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과 정부, 여당 등 보수진영의 거부감은 매우 강하다.
윤 대통령은 총선 직후 완패에 대한 입장을 내놓는 국무회의에서 “더 낮은 자세와 유연한 태도로 보다 많이 소통하고, 저부터 민심을 경청하겠다”면서도 이 대표의 민생회복지원금에는 선을 확실하게 그었다. 그는 “무분별한 현금 지원과 포퓰리즘은 나라의 미래를 망치는 것”이라며 “경제적 포퓰리즘은 정치적 집단주의와 전체주의와 상통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것은 우리 미래에 비춰보면 마약과 같은 것”이라고 했다.
한덕수 총리도 “국가가 단순히 개인들에게 얼마씩 주면 행복해진다고 하는 정책을 내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를 포함해 소상공인 이자 감면 등을 위한 추경편성에도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도 비판에 가세했다. 정희용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민생회복지원금이라는 그럴싸한 이름으로 포장해 그 방식도 이 대표를 상징하는 지역화폐로 뿌리자고 한다”며 “이러한 무책임한 지출로 인한 재정 적자는 결국 미래세대의 짐이 될 것이 뻔하다”고 했다. 이상민 국민의힘 의원은 “고물가 때문에 서민들이 신음하고 있지 않나”라며 “지금 갑자기 13조원의 현금을 풀어버리면 그 통화량의 폭증으로 인한 물가의 압박은 어떠하겠나”라고 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25만원’의 합리적 근거를 요구하면서 ‘인플레이션’과 불황 속 고물가 상황을 의미하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제기했다. 민주당 경제통 홍성국 의원은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현재 물가 문제는 전쟁에 따른 고유가와 함께 환율 상승, 기후문제에 따른 과일 가격 상승 등 공급문제인데다 현재는 돈을 풀어도 돈이 제대로 돌지 않아 돈이 많이 풀린다고 해서 물가를 자극해 상승시킨다는 논리는 맞지 않다”면서 “불황에도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서는 지역화폐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고 했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대선부터 벌여온 이재명표 지역화폐와 기본소득에 대한 입장차가 계속되면서 ‘전국민 25만원 지급’이 이번 회동에서도 관철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재명표 예산’으로 불렸던 지역상품권 예산은 윤석열정부 첫 예산안이었던 2023년도 예산안에서 전액 삭감됐다가 절대과반을 확보하고 있는 민주당의 요구로 절반수준인 6052억원이 복원된 바 있고 내년 예산안에서도 ‘0’으로 깎여 들어왔던 지역상품권 예산이 심사과정에서 민주당 요구액의 절반수준인 3000억원까지 살아나는 등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전향적으로 국정기조를 바꿀지 의문”이라며 “윤 대통령이 전국민 민생지원금이나 지역화폐 예산, 추경을 받을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영수회담이 지금껏 성과를 낸 적이 별로 없다”면서 이번 영수회담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낮아졌음을 시사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