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법조인 출신 의원, 반길 수만 없는 이유
우리나라 국회의원 중에는 유독 법조인 출신이 많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제21대 국회의원의 직업배경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판사와 검사, 변호사 등 법조계 출신이 46명으로 정당인 출신(84명) 다음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정당인에는 당직자, 정당활동가, 의원보좌진 등이 두루 포함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일 전문 직군 중에선 법조계가 가장 많은 의원을 배출한 셈이다.
지난 10일 치러진 총선에서는 21대보다도 30% 이상 늘어난 61명의 법조인 출신 후보자가 ‘금배지’를 달았다. 22대 국회의원 5명 중 1명꼴이다.
이처럼 국회의원 중 법조계 출신이 많은 것은 오랜 기간 우리사회에 깔려 있는 법조인에 대한 인식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 어렵다는 사법고시에 합격했으니 기본적인 자질과 능력은 갖췄을 것이란 생각 말이다. 법률 전문가이니만큼 국회의 핵심 기능인 입법 활동을 더 잘할 것이란 기대도 작용했을 터이다.
실상은 꼭 그런 것 같지는 않다. 2021년 한국의정연구회가 발간한 의정논총에 실린 ‘법조인 출신 국회의원의 입법활동은 차이를 보이는가’라는 논문에 따르면 19대 국회 법조인 출신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총 1885건으로 전체 발의 법안 1만5444건의 12.2%에 그쳤다. 전체 국회의원 중 법조인 출신이 차지하는 비중 14%를 밑도는 수준이다. 법조인 출신 의원이 발의한 법안의 가결률 역시 7.53%로 비법조인 출신 의원안의 가결률 7.32%와 큰 차이가 없었다. 법안 발의 후 최종 가결되기까지 걸리는 입법기간 역시 법조인 출신이 낸 법안이라 해서 특별히 단축된 것도 아니었다. 법조인 출신과 비법조인 출신 간 입법 활동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
법조인 출신 의원들이 국회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기보다는 이념적 갈등만 키운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양대 정당이 상반된 정치 성향의 법조인을 충원하면서 대립이 심화돼왔다는 얘기다.
여야 법조인 출신 의원들이 정치적으로 대립하면서도 법조계의 이해관계가 달린 사안에는 하나가 되어 기득권을 유지하려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특허침해 소송에서 변리사도 변호사와 공동으로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변리사법 개정안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 법안은 지난 20여년간 3번이나 소관 상임위원회를 통과했지만 법조인 출신 의원들이 대거 포진한 법제사법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해 폐기되기를 반복해왔다.
법조인 출신들이 대거 국회에 입성하는 것을 마냥 반길 수만 없는 이유다. 22대 국회에서 일하게 될 법조계 출신 의원들은 법원이나 검찰, 변호사업계의 대표가 아니라 국민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선출됐다는 점을 명심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