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기술 중국 유출’ 무더기 기소
개발비용만 700억원대 … 수조원 피해 우려
국내 반도체 설비 관련 기술자료 수만건을 유출하고 엔지니어 등 전문가들을 빼돌려 중국에서 회사까지 차린 혐의를 받는 삼성전자 전직 부장 등 일당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정보기술범죄수사부(이춘 부장검사)는 전직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기술팀장이자 X사 부사장인 김 모씨와 X사 방 모 설계팀장, 김 모 장비설계팀원, 신 모 전기팀장, 유 모 장비설계팀원 등 5명과 X법인을 산업기술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했다고 25일 밝혔다.
중국에 체류하며 소환에 불응한 중국인 대표 종 모씨와 경영파트 부사장 등 3명은 기소중지 처분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 등은 2022년 2~9월 재직 중이던 회사에서 반도체 증착 장비 설계 기술자료를 몰래 별도서버에 전송하는 방법으로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김씨는 중국 태양광 회사의 투자를 받아 반도체 장비회사인 X사를 차리고 유출한 기술을 반도체 증착 장비 제작에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지인을 통해 여러 반도체 증착장비 회사의 분야별 전문가를 모집하고 기존에 받던 급여의 2배 이상과 X사의 주식 배분을 약속하며 기술 유출과 이직을 설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빼돌린 기술자료 개발에 들어간 비용은 736억원에 달한다. 생산 경쟁력 약화에 따른 반도체산업 전반의 피해는 수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검찰은 김씨 일당이 국내 협력업체에서 제작중이던 장비 모듈을 압수해 중국에서 유통되는 것을 차단했다. 하지만 기술자료가 이미 유출돼 중국인 대표 등이 이를 활용할 우려는 남아 있다.
검찰 관계자는 “반도체 제조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핵심기술이 중국에 유출돼 동일·유사품질의 반도체 제조공정 장비가 대량생산될 경우 국내 반도체 산업에는 회복 불가능한 손해 발생이 우려된다”며 “수조원 이상 피해가 예상되는 이번 범죄에 대해 엄정한 처분이 내려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