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내홍 부른 미 대학가 반전시위
“반유대주의” vs “불의에 저항”
민주 상원의원들 견해차 대립
공화 강경파 “주방위군 투입”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에 반대하는 미국 대학생들의 친팔레스타인 반전 시위가 전국으로 번지며 700여명이 체포되는 지경에 이르자 28일(현지시간) 여권인 민주당 안팎에서 견해차가 불거지며 내홍을 겪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지난 18일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시작된 천막 농성은 뉴욕타임스(NYT) 집계로 열흘새 전국 대학 86곳으로 확산됐고, 컬럼비아대와 뉴욕대 등 일부 대학 교수들이 반발하는 사태로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존 페터 상원의원(펜실베이니아)은 이날 뉴스네이션과의 인터뷰에서 “시위는 위대한 미국의 가치지만, 하마스를 위해 소형 텐트에서 사는 것이 정말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모든 시위에 반유대주의가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페터먼 상원의원은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나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전쟁에서는 이스라엘을 지원하면서 당내 친팔레스타인 목소리에는 선을 긋고 있다. 그는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도 “이 시위는 반유대주의적이며 비양심적이고 위험하다”면서 대학 시위의 진앙지인 컬럼비아 대학의 네마트 샤피크 총장에게 “일을 (제대로) 하거나 관두라”고 말한 바 있다.
반면 민주당 성향의 무소속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은 전날 미국공영라디오 NPR에 출연, “페터먼 의원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시위에 반유대주의가 있지만, 여론조사를 보면 시위하는 압도적 다수는 우파 극단주의적 이스라엘 정부의 전쟁 기계에 (미국이) 자금을 지원하는 것에 지쳤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샌더스 의원은 이날 CNN 인터뷰에서는 “베냐민 네타냐후는 가자지구 인구의 80%를 이주시켰으며 이는 ‘인종 청소’라는 것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크리스 머피 상원의원(코네티컷)도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캠퍼스 내 시위 학생의 95%는 이스라엘이 근본적인 불의를 행하고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거기에 있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그들의 평화적 시위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평화 시위는 존중하지만, 반유대주의 언행은 비판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존 커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이날 ABC 인터뷰에서 “우리는 평화적으로 시위할 권리를 존중한다”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가자지구에서의 전쟁에 대해 (미국인들이) 강한 감정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우리가 최근 들은 반유대주의 언어를 절대적으로 규탄한다. 우리는 혐오 발언이나 폭력 위협도 확실하게 규탄한다”고 말했다.
공화당은 시위대의 반유대주의 구호 등을 문제 삼으면서 대학들이 시위를 통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온건 성향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CBS 인터뷰에서 “대학 총장들이 표현의 자유를 허용하면서도 반유대주의는 맞서면서 상황을 통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화당 강경파에서는 대학 총장의 사퇴와 주 방위군 투입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친트럼프 성향인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지난 24일 컬럼비아대를 방문, 네마트 샤피크 컬럼비아대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면서 시위가 빨리 진압되지 않을 경우 주 방위군을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