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불안이 환경친화적 행동 이끈다?
연령 낮고 보수적일수록 높아
기후위기로 불안감이 증가하니 정신질환도 늘어난다? 우선 기후불안에 대한 정의부터 제대로 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통상 얘기하는 불안과 좀 다른 성격일 수 있기 때문이다.
29일 국내 학술지 보건사회연구의 ‘한국인의 기후불안 수준 및 특성’ 논문(교신 저자: 채수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미래질병대응연구센터장)에 따르면 기후불안은 기후 시스템의 위험한 변화에 대한 반응이다. 감정적 정신적 신체적 고통이 고조되는 증상으로 정의할 수 있지만 일반적인 불안과는 다른 측면이 있다. 비합리적 사고에 근거한 일반적 두려움이나 불안과 달리 기후불안은 합리적 사고와 실체가 있는 두려움에 근간을 둔다.
이 논문에 따르면 국내 기후불안 평균 점수는 1.90점(5점 만점)으로 연령이 낮을수록 높았다. 종전 연구 결과들과 비슷한 경향이다. 이번 조사는 만 19~65세 어른 2000명을 대상으로 기후불안 척도(CCAS)를 활용해 2023년 7월 17~21일 온라인으로 실시됐다. 신뢰수준은 95%, 표본오차는 ±2.19%p다. 20대의 기후불안 점수는 2.02점으로 60대 1.75점 보다 높았다. 정치적 성향이 보수적인 집단일수록 기후불안 점수(2.05점)가 높게 나타났다. 또한 일반적인 우울감(중간 수준 이상)을 겪는 사람일수록 기후불안 수준이 평균 이상으로 높아졌다.
이번 연구에서 특이한 건 기후불안이 환경친화적 행동을 유도한다는 점이다. △기후불안 수준 △자기효능감 △환경친화적 행동 간의 인과관계를 검증하기 위해 매개 분석을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기후불안은 환경친화적 행동에 0.0564만큼 직접적으로 유의한 영향을 미쳤다.
환경친화적 행동은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의식적 노력이나 행동이다. 개인 차원의 기후적응으로도 볼 수 있다.
연구진은 “기후불안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지 않는다면 오히려 기후변화 대응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는 순기능으로 작용한다는 걸 확인했다”며 “기후불안을 적절하게 관리하지 못하면 병리학적 문제로 확대될 수 있으므로 세대별 특성 등을 반영해 효과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