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국민이 원하는 국민연금 개혁 방안
지난해 수행된 제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는 우려스러운 결과를 전했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해 국민연금 기금은 2055년에 고갈되고, 이후 미래 세대의 보험료율은 9%에서 30~35% 수준으로 인상될 것이라고 경고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망 결과는 국민연금 개혁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현안이라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그러나 어떻게 개혁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한편에서는 은퇴 이후에 국민연금 말고 믿을 것이 없는 상황에서 연금지급액이 너무 낮다는 것에 불만을 품은 사람들은 국민연금의 보장성을 강화하는 개혁이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기금고갈과 고갈 이후 미래세대의 보험료 폭탄을 생각한다면 보장성 강화는 꿈도 꾸지 말아야 할 일이고 기금고갈을 막기 위해 보험료율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적연금 존재이유, 노후 빈곤의 공포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
국회는 여야 합의된 개혁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국민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설치했다. 그런데 이 두개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은 위원회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배경하에서 위원회는 문제의 해결책을 국민에게 직접 물어보기로 했다. 시민 대표단에게 주어진 2개의 선택지는 다음과 같았다. 1안은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되 보험료도 13%로 올리는 것을 제안했다. 2안은 소득대체율은 그대로 두고 보험료만 12%로 올리는 개혁안이다. 1안은 ‘소득보장안’, 2안은 ‘재정안정안’이라고 이름붙여졌다.
시민 대표단은 두개 안을 실시할 때의 재정 전망에 대해서도 확인했다. 정부의 재정계산에 따르면 1안과 2안 모두 기금고갈 시기는 각각 6년, 7년 뒤로 미뤄진다. 그런데 이후 기금이 고갈된 후 1안의 보험료율은 현재의 전망보다 조금 더 오르게 되고 2안이 보험료율은 현재 전망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계산되었다. 이러한 두 개의 선택지를 놓고 시민들은 어떤 안을 선택했는가?
과반이 1안을 선택했다. 무엇보다 공적연금의 존재 이유가 노후 빈곤의 공포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것임을 인식하고 그것을 중심에 두었기 때문일 것이다. 국민연금의 보장성을 강화하는 것은 현세대뿐 아니라 미래 세대의 노후 빈곤 공포도 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공적연금을 강화해서 모두가 노후빈곤 공포에서 벗어나자는 선택이었다.
시민대표단이 재정 문제에 대해 눈감은 것도 아니다. 자가 학습을 하고 전문가들의 설명을 들으면서 현재의 재정계산이 오로지 보험료 조정만을 연금개혁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1안을 지지하는 전문가들의 주장, 즉 현재의 국민연금 틀에서 벗어나서 다양한 방식으로 재원을 보강하자는 주장을 합리적이라고 판단하고 그에 동의해 주었기 때문이다.
제도개혁과 사회변화 뒤따라야 목적 달성
보험료 이외에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첫째, 군인연금 직역연금 기초연금과 같이 국고를 투입할 수 있다. 보험료로만 국민연금의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은 고정관념에 불과하다. EU국가들은 이미 연금지급액의 25% 정도를 세수로 마련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여성의 경제활동과 건강한 고령층의 경제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것도 재정계산이 고려하지 않은 훌륭한 재원 대책이다. 우리나라는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매우 낮은데, 향후 여성이 경력단절을 두려워하지 않고 출산하고 육아할 수 있는 양성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것은 여성 연금가입자를 확대해서 기금을 튼튼하게 한다.
더욱 강력한 것은 고령층의 건강상태를 개선하고 기술 발전을 활용하여 더 오래 일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은퇴 연령이 가령 향후 70세로 올라간다면 부양해야 할 노인 인구 비중은 크게 줄어든다. 이렇게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만이 아니라 그것을 넘어선 제도개혁과 사회변화가 있어야만 국민연금의 보장성과 재정안정성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 경제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