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재소환…‘채상병 사건’ 수사 속도
‘윗선’ 향하는 공수처 수사
대통령실 개입 여부 확인할 듯
오 후보자 “법·원칙 따라 수사”
차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에 오동운 변호사가 지명된 가운데 공수처가 해병대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외압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석 달 넘게 지속된 공수처 지휘부 공백이 해소되면서 채 상병 수사에 탄력이 붙을지 주목된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날 오전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을 다시 불러 조사하고 있다. 지난 26일에 이어 두 번째 소환조사다.
유 법무관리관은 채 상병 사건 수사외압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힌다. 그는 지난해 7~8월 채 상병 순직사건을 초동조사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여러 차례 전화해 ‘수사기록에서 혐의자와 혐의 내용, 죄명을 빼라’고 요구하며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같은 해 8월 2일 해병대 수사단이 경북경찰청에 이첩한 채 상병 사건 수사기록을 국방부 감찰단이 압수영장 없이 위법하게 회수하는 데 관여했다는 의심도 받는다. 그는 회수 당일 오후 경북청 간부에게 전화해 사건기록 회수를 협의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사건기록 회수 사실을 사후에 보고받았다고 밝히고, 회수 당일 유 법무관리관과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이 통화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유 법무관리관이 대통령실의 지시를 받아 움직인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공수처는 지난 26일 첫 조사에서 유 법무관리관을 상대로 해병대 수사단에 외압을 행사했는지, 사건기록 회수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했는지 등 의혹 전반에 대해 조사했지만 유 법무관리관은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국방부는 유 법무관리관이 부당하게 수사외압을 행사한 적이 없고, 사건기록은 박 전 단장이 이첩보류 명령을 어긴 ‘항명 사건’에 대한 증거자료로 적법하게 회수한 것이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유 법무관리관을 상대로 한 첫 조사는 14시간 가까이 이뤄졌지만 혐의 내용이 방대하다보니 공수처는 미리 준비한 조사를 제대로 끝내지 못했다. 이에 따라 공수처는 추가 조사에서 채 상병 사건기록 회수과정에 대통령실이 관여했는지 등 제기된 의혹에 대해 다시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는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에게도 출석을 요구한 상태다. 박 전 직무대리는 경찰로부터 회수해온 수사기록을 재검토해 당초 8명이던 혐의자를 2명으로 줄여 최종 결과를 내놓은 조사본부의 당시 책임자다.
유 법무관리관과 박 전 직무대리에 대한 조사에 이어 공수처의 수사는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이 전 장관 등 윗선을 향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새 공수처장 후보자로 판사 출신인 오 변호사가 지명돼 채 상병 사건 수사외압 의혹 수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모은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6일 공수처장 후보에 오 변호사를 지명했다. 공수처 안팎에선 사건처리방향 등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고 책임을 지는 지휘부의 공백이 해소된다는 점에서 환영하는 분위기가 읽힌다. 하지만 김진욱 초대 공수처장이 임기만료로 물러난 지 석 달 넘게,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가 2명의 후보자를 추천한 지 두 달 가까이 최종 후보자 지명을 미루던 윤 대통령이 국회에서 채 상병 특검 처리를 앞두고 오 변호사를 지명하자 특검을 피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 오 후보자는 28일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첫 출근하면서 채 상병 특검 관련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정치권에서 하는 일에 대해서는 그 배경 등을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답했다. 채 상병 사건에 대해선 “법과 원칙에 따라 성실히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