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표 선거’ 같은 ‘의장 후보 선거’… 선명성 경쟁에 경계심
“기계적 중립 안 돼 … 합의 안되면 결단, 성과내야”
민주당, 의장-당대표-원내대표 ‘친명 체제’에 반발 기류
‘강성 친명’ 박찬대 의원 원내대표 선거 찬성비율 주목
전문가 “강성 발언, 득표 전략 … 의장 되면 달라질 것”
22대 전반기 국회의장을 맡을 후보 선출과정이 당대표 선거를 방불케 할 정도로 ‘선명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를 경계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6선의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조정식 의원과 5선의 정성호, 우원식 의원이 도전장을 내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 국회의장의 역할을 ‘조정’ ‘중재’ ‘협치’보다는 ‘성과’로 규정하면서 이재명체제의 민주당과 보조를 맞춘 행보를 내세우면서 의원들의 표심에 호소하고 있다. 4.10 총선 공천과정에서도 보여줬던 적극 지지층들의 개입까지 공공연하게 드러나는 상황이다.
하지만 당적 이탈을 통한 중립을 최우선 덕목으로 삼았던 국회의장 역할이 제 1당인 다수당의 방향과 행보를 맞추는 것에 대한 비판이 당 외부뿐만 아니라 내부에서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29일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원내대표가 강성 친이재명계인 박찬대 의원으로 결정됐고 8월에 있을 전당대회 역시 이재명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회의장 선거가 과열되고 있다”면서 “비명계가 사실상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구조에서 친명체제로 구축되다보니 선명성 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했다.
◆후보 4명 모두 ‘성과’ 앞세워 = 최다선, 최연장자인 추 전 장관은 ‘첫 여성 국회의장’을 꿈꾸며 “기계적 중립, 협치가 아니라 민심을 보고서 국민을 위한 대안을 만들고 그걸 추진해야 된다”고 했다. 추 대표는 강성지지층으로부터 강도 높은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개월간 사무총장직을 맡아 이 대표를 지원해온 조 의원은 “총선 민심에서 드러난 내용들을 정확하게 관찰하고 성과로 만드는 게 의장의 역할”이라며 “당적을 내려놓고 중립적인 위치에 있지만 의장을 배출한 민주당 내에서 소속 구성원들, 소속 의원들이 과반수 이상이 만약에 불신을 하는 그런 상황이 된다면 언제든지 의장직을 던질 각오를 갖고 임해야 된다”고 했다. 2년 임기 중 1년 만에 ‘중간평가’도 받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정 의원은 “기계적으로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며 “민생입법의 성과를 내려고 하면 소수 여당과도 협의를 해야 된다. 정부 여당을 견인해 낼 책임도 있다”고 했다. 이어 “민주당 출신으로서 민주당의 어떤 다음 선거에서의 어떤 승리, 이런 거에 대해서 보이지 않게 깔아줘야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국회의장의 중재역할, 사법부에 의한 입법부 위상 확립, 행정부에 대한 단호한 입장 표명 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뒤늦게 출마 의사를 밝힌 우 의원은 친이재명계(명심)를 내세우는 후보들이나 강성지지층(당심)의 지지를 호소하는 후보들을 비판하고는 “(여야)협상 과정이야 과정이지만 최종적으로 결단할 문제는 또 다른 문제”라며 “진정성 있는 협상과 이게 잘 안 될 경우에 국민의 압박이 만들어질 수 있는 그런 국면까지를 잘 만들어내야 된다”고 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합의하지 않아도’ 채 상병 특검법 등을 처리하기 위해 5월 임시국회를 열어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하기도 했다.
◆선명성 경쟁에 대한 우려들 = 국회의장 후보들이 과거와 달리 이재명 대표나 당 입장을 따르는 노골적인 선명성 경쟁과 함께 ‘성과’를 내기 위한 ‘결단’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회의장이 ‘대화와 타협’이 사라진 국회의 ‘정치 부재’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특히 ‘강성 지지층’이 국회의장 선거에까지 실력행사에 나서면서 ‘중립’을 최대 가치로 내세웠던 국회의장의 위상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모 중진의원은 “강성지지층들이 국회의장 후보 선정에 나서겠다고 했고 이게 막히니까 각 의원들에게 전화하고 문자를 날리면서 누구에게 투표할 것인지, 누구에게 투표해야 한다는 등의 압박을 가하고 있다”면서 “초선들 중심으로 강성 지지층의 압박에 시달리고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당직이 아닌 국회의장은 국회직으로 국회의원(당선인)들이 자발적으로 뽑아야 하는데 강성 지지층이 개입하게 되면 여야 대결구도를 더욱 강화시킬 수 있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명계 의원들 중심으로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내지 않지만 ‘강성 위주’로 ‘국회의장-당대표-원내대표’ 구도가 짜이는 데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원내대표에 단독 출마한 박찬대 의원을 놓고 다음달 3일 찬반투표로 진행되는 당선인투표에서 찬성표가 얼마나 나올 지가 관건이다. 일각에서는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이재명 대표의 노골적인 지원에 대한 비명계나 느슨한 친명 당선인들의 반발 심리가 표심으로 반영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대표는 최근 유튜브에서 박 의원과 같이 ‘차기 원내대표의 역할’을 언급했고 당내에서는 이를 ‘이 대표의 의중’으로 해석했다. 그러면서 친명계인 서영교 박주민 의원이 출마의지를 꺾었고 김성환, 김민석, 한병도 의원은 반이재명으로 찍힐까 우려해 불출마로 경로를 바꿨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총선 표심을 보면 성과를 내고 이재명 대표 체제에 힘을 실어주는 게 맞지만 이 대표가 나서서 좌표를 찍어 원내대표를 단독형식으로 선출하게 만들고 국회의장들도 강력한 친명인사로만 구성하는 게 국회 운영에 적절하고 맞냐는 반발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표를 얻기 위해서” = 외부 전문가들은 선명성 경쟁이 득표를 위한 전략으로 실제 당선되면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원석 전 의원은 “너도 나도 명심을 향해서 목소리를 내고 있고 선명한 국회의장, 기계적 중립을 벗어나겠다는 말씀을 하시는데 선거 때이기 때문”이라면서 “(국회의장이)국가 의전 서열 2위고 국회법상에 당적을 보유하지 않도록 하고 있는 취지는 합의를 통해서 원만하게 소수당을 배려하면서 국회를 이끌어달라는 제도의 취지가 담겨 있어서 막상 국회의장직을 맡으면 그 직이 갖고 있는 무게 때문에 그렇게(밀어붙이기)는 못할 거라고 본다”고 했다. 박성민 대표(정치컨설팅 민) 역시 “아무래도 민주당이 좀 더 선명한 이재명 대표 당으로 바뀌었고 그리고 공천을 그렇게 했기 때문에 비주류라고 하는 분들이 거의 없고 그렇게 되면 표를 얻기 위해서 선명성을 더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라며 “실제로 (국회의장이) 되면 조금 다르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