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비아대 “정학”- 반전 농성단 “해산거부”
미 대학가 다시 긴장 고조
텍사스대선 또 경찰투입
어바인 시장은 대학 비판
미국 대학가에서 ‘가자 전쟁’ 반대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29일(현지시간) 일부 대학이 캠퍼스 내에서 텐트를 치고 농성을 벌이는 시위대를 강제 해산하거나, 시도할 움직임을 보여 긴장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CNN 등 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번 대학가 텐트 농성의 진원지인 뉴욕 컬럼비아대에서는 대학 측이 이날 시위대측에 오후 2시까지 해산하지 않으면 정학 처분을 내리겠다며 최후통첩을 했으나 시위대는 자진 해산을 거부하며 계속 남아 있기로 했다.
농성단은 대학 측 통보에도 불구하고 자체 투표를 통해 계속 교내에 잔류하기로 결정한 뒤 수백명의 학생이 약 80개의 텐트를 지키기 위해 농성장 주변을 행진했다. 컬럼비아대는 다음 달 15일 졸업식을 앞두고 있다. NYT는 대학 측의 이날 조치에 대해 “텐트 농성을 무력으로 한 번에 진압하기보다는 내달 졸업식 전에 단계적 해산을 유도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앞서 지난 18일에는 네마트 샤피크 컬럼비아대 총장이 철수 요청을 거부한 시위대를 해산해달라고 경찰에 요구했고, 경찰이 시위대를 해산하는 과정에 100여명이 무더기로 연행된 바 있다. 그러나 경찰 진입 사태 이후 컬럼비아대 캠퍼스에는 더 많은 텐트가 들어섰고, 전국 각지 대학 교정으로 연대 농성이 확산했다.
샤피크 총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시위대 측 요구 사항을 일정 수준에서 검토할 수 있도록 학내 조직에 관련 내용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샤피크 총장은 이날 성명에서 “대학 측이 이스라엘 관련한 투자 중단 조처를 하지는 않겠지만, 대학은 사회책임투자(SRI) 감독위원회를 통해 학생들의 제안 검토를 위한 신속한 일정을 진전시키라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어 “또한 대학은 컬럼비아대가 직접 투자하고 있는 자산 리스트에 학생들이 접근할 수 있는 과정을 공개하고, 자산 목록 업데이트 주기를 단축하도록 제안했다”고 말했다.
컬럼비아대 반전 시위대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점령으로부터 이익을 얻는 기업에 대한 대학기금 투자 중단 △대학재정 투자금 투명화 △팔레스타인 해방 운동과 관련해 불이익을 받은 학생·교직원에 대한 사면 등을 요구하며 텐트 농성을 벌여왔다.
CNN은 지난 18일 컬럼비아대의 경찰 진입 이후 이날까지 텐트 농성을 벌이던 학생 시위대가 경찰에 연행되는 사태가 빚어진 대학은 전국 16개주 20여곳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텍사스대 오스틴 캠퍼스에서는 이날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텐트 농성을 시도하다가 주 경찰에 추가로 체포돼 연행됐다. 학생들은 지난주에 이어 이번 학기의 마지막 수업일인 이날 정오께부터 잔디 광장에 다시 모여 시위를 벌였고, 대여섯개의 텐트를 설치했다.
캠퍼스 경찰은 이들에게 해산 명령을 내리며 불응 시 체포할 것이라고 경고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위 진압 장비를 갖춘 주 경찰이 교내에 진입해 시위자들을 끌어냈다.
NYT는 텍사스대에서 이날 최소 40명이 체포됐다고 전했다. 지난 24일 50여명 체포에 이어 두 번째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이날 오후 엑스(X, 옛 트위터) 계정에 주 경찰이 텍사스대 시위대에게 접근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게시하면서 “텐트 농성은 허락되지 않을 것이다. 대신 체포가 이뤄지고 있다”고 썼다.
반면, 대학측의 경찰 병력 요청을 시장이 공개 비판하는 사례도 생겨났다. 캘리포니아대 어바인 캠퍼스(UC 어바인)에서는 이날 대학 측이 텐트 농성 강제해산을 위해 캠퍼스 경찰로는 부족하다며 어바인 시 경찰의 합류를 요청해 추가 병력이 캠퍼스에 도착했다. 그러나 파라 칸 어바인 시장은 경찰의 행동이 시위대의 수정헌법 제1조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며 “선제적으로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해 갈등을 빚고 있다고 CNN이 전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