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이자 소액대출’ 빠른 속도로 증가 … 누적 대출 30억원 넘어
더불어사는사람들 ‘30만~300만원 이하’ 대출 7218건
초기 10억원 8년 걸려 … 최근 10억원은 18개월 만에
취약계층을 상대로 무이자·무담보·무보증으로 소액대출을 해주는 ‘더불어 사는 사람들’이 13년 만에 누적 대출 30억원을 넘어섰다. 금융기관에서 대출 30억원은 미미한 규모지만 후원금을 기반으로 한 비영리 사단법인이 꾸준히 무이자 소액대출을 실행해오면서 올린 성과다.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서민들에게는 생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손을 내밀어주는 역할을 해왔다. 30만원부터 최대 300만원까지 빌려주는 소액대출은 최근 4년간 빠른 속도로 이용자가 늘고 있다.
2일 ‘더불어사는사람들’ 이창호 대표는 “지난달말 기준 누적 대출액이 30억원을 넘어섰다”며 “소액대출을 시행한 이후 누적 대출액이 10억원을 넘어서는데 8년이 걸렸던 것과 비교하면 증가 속도가 상당히 빨라졌다”고 말했다.
더불어사는사람들은 2012년 대출을 시작한 이후 2020년에 누적 대출액이 10억원을 넘어섰고, 2022년 10월에 20억원을 넘겼다. 10억원에서 20억원까지는 2년이 조금 더 걸렸다. 이후 1년 6개월 만에 30억원을 돌파했다. 2022년 10월까지 대출 누적건수는 5425건, 1건당 평균 대출금액은 약 36만원이었지만 지난달까지 대출 누적건수는 7218건, 1건당 평균 대출금액은 약 41만원으로 상승했다.
경기침체와 고물가로 취약계층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더불어사는사람들’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이 빠르게 늘고 있으며 대출 규모도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월평균 신규 대출은 약 5000만~5500만원 정도였지만 지난해 12월 7100만원으로 최고점을 찍었고, 지난달 8400만원으로 최대 규모를 다시 경신했다.
이 대표는 “대출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으며, 대출이 늘고 있는 것은 어려워진 경제여건이 반영된 결과”라며 “대출 신청이 많아도 빌려줄 수 있는 재원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상환이 이뤄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사는사람들의 소액대출 상환율은 90%가 넘는다.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저소득·저신용자들이 대상이라는 점에서 상환율이 높은 수준이다. 재대출을 받아가는 성실상환자들의 상환율이 약 95%에 달한다. 이 대표는 “첫 대출을 받아간 분들의 상환율은 70% 수준으로 높지 않다”며 “하지만 성실상환을 거쳐 재대출이 이뤄지면 상환율이 크게 올라간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첫 대출은 특별한 사유가 아니면 30만원을 넘지 않는다. 30만원을 빌리면 1년간 원금균등상환 방식으로 매달 2만5000원씩 갚아야 하고, 원금상환이 이뤄지면 대출한도는 더 올라간다. 이렇게 해서 최대 300만원을 대출받기 까지는 대략 5년 정도 걸린다. 원금을 모두 갚지 않으면 더 이상 대출은 불가능한다.
이 대표는 무이자 대출이 지속가능한 이유에 대해 △후원자의 선한 영향력 △대출이용자의 성실상환 △금융복지 실천 △임원·자문·고문위원 등 많은 분의 관심과 참여 등이라고 설명했다.
대출 이용자들은 △무이자 대출이라 이자 부담이 없어 소득증가 △힘들고 어려울 때 믿어주고 인정해줘서 존재감 회복 △얼굴도 보지 않고 신용조사도 없는 대출에 감동 등을 만족 이유로 꼽았다.
더불어사는사람들의 소액대출 등을 참고해 금융당국은 지난해 서민금융진흥원을 통한 ‘소액생계비 대출’을 시행했다. 신용평점 하위 20% 이면서 연소득 3500만원 이하인 경우 1인당 최대 100만원 (최초 이용시 최소 50만원, 6개월간 정상이용 시 추가대출 1회 가능)까지 대출해주는 상품이다. 다만 더불어사는사람들이 무이자 대출을 실행하는 것과 달리 연 15.9%(단일금리)의 이자를 내야 한다. 또 매월 원금을 갚아나가는 구조가 아니라 1년 만기일시상환 방식이다.
소액생계비 대출의 작년 연체율은 11.7%로 집계됐다. 20대 대출자의 연체율은 15%를 넘어섰다.
이 대표는 “만기에 한꺼번에 갚으려면 부담이 크고 연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원금을 매달 조금씩이라도 갚도록 해야한다”며 “소액생계비대출이 시행된 지 1년이 넘은 만큼 효과와 한계를 분석해서 개선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