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 수준의 대책 필요해”…선관위 감사 결과 ‘후폭풍’
감사원, 선관위 전현직 27명 수사요청
선거철 ‘경력채용’ 때마다 부정 저질러
선관위원장 상근·국회 감시 등 제안도
감사원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해 감사결과를 내놓자 후폭풍이 강하게 일고 있다. 여당에선 ‘해체 수준의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고 국회 차원의 감시 필요성도 공론화되고 있다.
지난 달 30일 감사원이 공개한 ‘선관위 채용 등 인력관리실태’의 중간감사결과를 보면 지난 10년간 실시된 모든 경력직 채용에서 비리나 규정 위반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철 경력경쟁채용(경채, 지방공무원을 경력직 국가공무원으로 채용하는 전형)이 2013년 이후 지역선관위에서 167회, 중앙선관위에서 124회 있었는데 모든 회차에서 규정 위반이 적발된 것이다. 위반 건수는 800여 건에 달했다.
구체적 사례를 보면 김세환 전 사무총장의 아들 김모씨가 경채 특혜 사례로 지목됐다. 김씨는 인천 강화군청에서 근무하다 2020년 1월 인천시 선관위로 이직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인천시 선관위는 김씨의 원서 제출 이후 신규 경채 인원 1명을 추가 배정했고, 면접위원을 모두 내부직원들로만 구성했다. 이 중 2명이 김씨에게 만점을 줬다. 감사원에 따르면 당시 선관위 직원들은 김 전 사무총장의 아들을 ‘세자’로 칭했다.
송봉섭 전 사무차장의 딸 송모씨도 특혜 사례로 제시됐다. 딸 송씨는 충남 보령시청에서 근무하다 2018년 3월에 충북 선관위로 이직했다.
감사원은 이 과정에서 송 전 사무차장이 인사담당자에게 채용을 청탁한 정황을 확인했다. 충북 선관위 인사담당자 등에게 직접 연락해 신분을 밝히고 채용을 청탁했다는 것이다. 송 전 사무차장의 연락 이후 충북 선관위는 송씨를 대상으로 비공개 채용을 실시해고, 면접위원은 모두 내부직원들로 구성했다. 송 전 차장은 이와 관련한 국회 질의에서 “딸의 응시 경위를 모른다”고 허위답변서를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김 전 사무총장과 송 전 사무차장을 포함한 전현직 직원 27명을 지난 달 29일 대검찰청에 수사의뢰한 상태다. 혐의는 형법상 직권남용, 위계공무원집행방해,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증거인멸과 청탁금지법·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이다. 감사원은 이들 외에도 박찬진 전 사무총장 등 22명에 대한 수사참고자료도 검찰에 송부했다.
이같은 감사결과에 대해 선관위 측은 “채용과정 공정성 강화를 위해 지난해 7월 인사운영기준을 개정해 비다수인 경채를 폐지했다”며 “100% 외부위원으로 구성된 시험위원이 응시자와 친인척 등의 관계가 있을 경우 회피 절차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선 선관위 개혁 필요성이 강하게 터져나왔다.
김민수 국민의힘 대변인은 논평에서 “해체 수준의 강력한 대책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면서 “선관위에 대한 외부 감사 의무화와 검찰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대변인은 “아빠 찬스로 입성한 세자들이 판치는 선관위엔 근무 기강이나 윤리 따윈 없었다”며 “허위 병가를 남발해 해외여행을 다녔고 근무 기간에 로스쿨을 다닌 직원도 있다. 선관위 행태는 국민 기만”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선거관리 시스템도 당연히 정상적일 수 없었을 것이다. 조직 자체가 오염될 대로 오염됐으니 ‘소쿠리 투표’ ‘라면박스 투표’와 같은 터무니없는 사태까지 발생한 것 아니겠느냐”며 “국민이 신뢰하지 못하는 선관위 존재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고 강조했다.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권력기관이 아닌 선거관리라는 본연의 헌법적 책무에 충실한 기관으로 재탄생해야 한다”며 “중앙선관위원장 5부 요인 의전을 폐지하고, 각급 선관위원장을 상근체제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21대 국회에서 선관위 개혁 문제가 논의됐지만 결실을 보지 못한 점을 지적하며 “22대 국회는 결자해지 차원에서 선관위 개혁 문제를 핵심의제로 다뤄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