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토 운동장 오염기준 없는 법령 ‘합헌’
인조잔디·우레탄 운동장만 규정
헌재 “다른 법령 따라 관리 중”
학교 내 마사토(화강암이 풍화돼 생긴 모래 모양의 흙)를 사용한 운동장의 유해물질 관리 기준을 따로 두지 않은 학교보건법 시행규칙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마사토 운동장에 대한 다양한 오염 기준과 관리 규정이 이미 다른 법령에 마련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헌법재판소(소장 이종석)는 마사토 운동장이 설치된 학교에 재학 중인 A씨가 학교보건법 시행규칙 3조 1항 1호의2 등에 대해 제기한 헌법소원 심판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했다고 2일 밝혔다.
현행 학교보건법 시행규칙은 운동장 등 학교시설에 설치하는 바닥재 중 인조잔디와 탄성 포장재(우레탄)에 대해서만 품질 기준 및 주기적 점검·조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청구인 A씨는 해당 조항이 마사토에 대해선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아 마사토 운동장이 설치된 학교 학생들의 평등권, 환경권, 보건권을 침해한다고 2020년 1월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하지만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은 청구인의 환경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며 A씨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국가는 국민의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보호할 의무를 진다”면서도 “하지만 이런 의무를 다하지 않았는지를 심사할 때는 ‘국가가 최소한의 조치를 취했는가’하는 ‘과소보호금지 원칙’ 위반 여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현행법에 마사토에 관한 기준이 없다고 하더라도, 환경권 침해가 되기 위해선 국가가 최소한의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게 인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여러 법령이나 지침, 조례 등을 보면 마사토 운동장에 대한 유해중금속 관리가 이뤄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며 “국가가 국민의 환경권을 보호하기 위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토양환경보전법 등은 학교용지에 대해 가장 엄격한 오염 기준을 적용하고 있고, 환경부 장관이 전국 학교용지에 대한 토양 오염 측정을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헌재는 △교육시설재난공제회(현 한국교육시설안전원)가 발간한 ‘학교운동장 바닥마감재 조성 및 유지관리 가이드’에 따라 학교가 유해중금속 함유량 검사를 필수적으로 하고, 주기적으로 점검·조치하고 있는 점 △대부분 지방자치단체에서 학교 운동장의 유해물질 관리를 위한 조례가 제정·시행되고 있는 점 등도 근거로 삼았다.
마사토 운동장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오염물질이나 유해물질이 들어올 수 있다는 청구인 측 주장에 대해 헌재는 “운동장 설치 공정상의 하자나 외부적 오염원에 의한 것은 설치 공정에 대한 민·형사상 제재와 외부적 오염원에 대한 개별 규제 등을 통해 규율해야 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