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민주당, 김진표 의장 압박 …‘채 상병 특검법’ 처리하나
이태원참사특별법, 본회의 통과 예상 … 고심 중 김 의장에 홍익표 “당도 비상한 결심”
더불어민주당이 김진표 국회의장을 강하게 압박하면서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 통과를 강행할 태세다. 이태원참사특별법을 여야 합의로 수정해 통과시키기로 한 ‘협치’가 하루 만에 끝날 조짐이다. 민주당 내에서는 김 의장의 해외순방길을 막아서겠다는 엄포와 함께 “당도 비상한 결심을 할 수 밖에 없다”며 강도 높은 경고까지 나왔다. 김 의장이 여야 합의를 고집할지, 민주당의 독주를 지원할지 주목된다.
2일 국회의장실 핵심관계자는 “여야가 합의한 만큼 오늘 오후에 본회의를 열어 먼저 이태원참사특별법 수정안을 통과시키는 데 까지는 무리 없이 진행될 것”이라면서 “민주당이 채 상병 특검법을 표결하기 위해 의사일정 변경동의안을 제안했을 때 김 의장이 어떻게 할지는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통해 국회로 돌려보낸 ‘이태원참사 특별법’은 폐기수순을 밟고 여야가 합의한 수정안이 행정안전위와 법제사법위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김 의장이 채 상병 특검법을 처리하는 쪽으로 미리 가닥을 잡으면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법사위원장이 수정안 처리를 미룰 수 있다는 점에서 김 의장의 결단 시점은 최대한 늦춰질 전망이다. 여당은 민주당이 채 상병 특검법을 이날 본회의에서 처리하려고 한다면 이태원참사 특별법 상정뿐만 아니라 본회의 개회도 막겠다는 입장이다.
김 의장의 선택지가 많지 않다.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민주당의 의사일정 변경동의안을 김 의장이 상정하지 않으면 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 진보진영의 집중 포화를 받을 가능성이 높고 오는 4일로 예정된 믹타(MIKTA, 중견국 협의체) 정상회의 참석 등 해외순방도 불투명해진다. 여야에 합의할 시간을 더 준다 해도 워낙 입장 차가 커 합의점을 찾을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오늘 채 상병 특검법을 처리하지 않으면 ‘다음’은 없다”며 “채 상병 특검법 표결은 총선 민심이라는 점, 여당과의 합의점을 찾기 어려워 여야 합의를 위해 시간을 늦추는 게 무의미하다는 점, 오랫동안 충분한 숙의가 있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뒤로 미룰 이유가 없다”고 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KBS라디오 ‘뉴스레터K’에 출연해 김 의장이 여야합의 원칙을 굽히지 않을 경우에 대해 “국회 본회의장이 상당히 소란스러워질 가능성이 있고 저희 당도 비상한 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