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민주당, 김진표 의장 압박 …‘채 상병 특검법’ 처리하나

2024-05-02 13:00:26 게재

이태원참사특별법, 본회의 통과 예상 … 고심 중 김 의장에 홍익표 “당도 비상한 결심”

더불어민주당이 김진표 국회의장을 강하게 압박하면서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 통과를 강행할 태세다. 이태원참사특별법을 여야 합의로 수정해 통과시키기로 한 ‘협치’가 하루 만에 끝날 조짐이다. 민주당 내에서는 김 의장의 해외순방길을 막아서겠다는 엄포와 함께 “당도 비상한 결심을 할 수 밖에 없다”며 강도 높은 경고까지 나왔다. 김 의장이 여야 합의를 고집할지, 민주당의 독주를 지원할지 주목된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본회의가 예정된 2일 국회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2일 국회의장실 핵심관계자는 “여야가 합의한 만큼 오늘 오후에 본회의를 열어 먼저 이태원참사특별법 수정안을 통과시키는 데 까지는 무리 없이 진행될 것”이라면서 “민주당이 채 상병 특검법을 표결하기 위해 의사일정 변경동의안을 제안했을 때 김 의장이 어떻게 할지는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통해 국회로 돌려보낸 ‘이태원참사 특별법’은 폐기수순을 밟고 여야가 합의한 수정안이 행정안전위와 법제사법위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김 의장이 채 상병 특검법을 처리하는 쪽으로 미리 가닥을 잡으면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법사위원장이 수정안 처리를 미룰 수 있다는 점에서 김 의장의 결단 시점은 최대한 늦춰질 전망이다. 여당은 민주당이 채 상병 특검법을 이날 본회의에서 처리하려고 한다면 이태원참사 특별법 상정뿐만 아니라 본회의 개회도 막겠다는 입장이다.

김 의장의 선택지가 많지 않다.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민주당의 의사일정 변경동의안을 김 의장이 상정하지 않으면 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 진보진영의 집중 포화를 받을 가능성이 높고 오는 4일로 예정된 믹타(MIKTA, 중견국 협의체) 정상회의 참석 등 해외순방도 불투명해진다. 여야에 합의할 시간을 더 준다 해도 워낙 입장 차가 커 합의점을 찾을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오늘 채 상병 특검법을 처리하지 않으면 ‘다음’은 없다”며 “채 상병 특검법 표결은 총선 민심이라는 점, 여당과의 합의점을 찾기 어려워 여야 합의를 위해 시간을 늦추는 게 무의미하다는 점, 오랫동안 충분한 숙의가 있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뒤로 미룰 이유가 없다”고 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KBS라디오 ‘뉴스레터K’에 출연해 김 의장이 여야합의 원칙을 굽히지 않을 경우에 대해 “국회 본회의장이 상당히 소란스러워질 가능성이 있고 저희 당도 비상한 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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