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10명 중 9명 “저출산정책 효과 없어”
40%는 결혼 생각 없고, 무자녀 가능 … “충분한 육아휴직 급여 필요”
정부의 저출산 정책에 대해 성인 10명 중 9명은 효과가 없다고 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결혼 생각이 없는 경우는 40%정도로 나타났으며 저출산 해결에 가장 도움이되는 제도는 ‘자유로운 육아휴직 사용’으로 인식됐다.
2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최근 남녀 2011명을 대상으로 한 ‘결혼·출산·양육 인식’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0%가량은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고 인식했으며 지금까지 저출산 정책에 효과가 없었다고 답한 비율이 90%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그간 저출산 정책 캠페인에 대해 ‘오히려 반감이 든다’는 응답이 48%에 이르렀다. 정부 정책 기조의 변화가 필요한 대목으로 지적된다.
응답자들은 저출산 해결에 가장 도움이 될 정책으로 ‘자유로운 육아휴직 제도 사용’(81.9%)을 꼽았다.
여성의 경우 ‘남녀 평등한 육아 참여문화 조성’을 원하는 비율(83.9%)로 높게 답했다.
육아휴직을 쉽게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경력이나 승진 배치 등에 대한 불이익 우려’(89.1%), ‘사내 눈치 등 조직 문화’(87.4%) 등을 그 이유로 많이 꼽았다.
자녀가 있는 취업자는 근로소득(실수령액 기준)의 약 80.1%(평균 약 267만원)가 육아휴직을 결정할 수 있는 적정 급여액 수준으로 봤다. 배우자 출산휴가는 대부분 현행 10일이 충분하지 않다고 답했다. 26~30일이 적정하다는 응답률(37.5%)이 가장 높았다.
결혼 생각이 없다는 생각을 가진 경우는 40% 정도 조사됐다. 조사 결과, 미혼인 응답자 가운데 결혼을 하고 싶다거나 결혼을 계획 중이라는 답변은 61.0%였다. 반대로 ‘나중에도 하고 싶지 않다’(22.8%)거나 ‘생각해 본 적 없다’(16.3%)는 응답률은 39.1%였다.
결혼 의향이 있는데도 미혼인 이유로는 남자는 ‘결혼에 필요한 자금 부족’(82.5%)을, 여자는 적당한 상대를 아직 못 만났다(75.5%)는 이유를 각각 가장 많이 꼽았다. 결혼 생각이 없는 이들은 성별 역할 부담감 때문에 결혼을 꺼렸다. 남자는 결혼식 비용이나 신혼집 마련 등 경제적 부담(88.9%), 여자는 결혼에 따른 가사·출산 등 역할 부담(92.6%)이 컸다.
남녀 모두 주거·일자리 등 경제적 조건과 일·가정양립 지원 조건이 개선되면 결혼·출산 의향이 긍정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응답했다. 응답자들은 결혼 자금으로 평균 주택자금 2억4000만원, 그 외 비용 7900만원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성인 10명 중 4명은 자녀가 없어도 된다는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자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61.1%였다. 특히 25~29세 여성은 34%로 낮았다.
출산 부담이 큰 여성(51.9%)은 남성(69.7%)보다 자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낮았다. 출산 의향을 높일 수 있는 조건으로는 육아휴직·단축근무에도 충분한 급여(88.3%), 근무시간 단축 및 육아시간 확보(85.2%) 등이 있었다.
출산할 생각이 있는 여성 중 88.8%는 출산 이후에도 경제활동을 계속하기를 원했다. 아이가 있는 부모들은 시설 돌봄이나 가정 돌봄 수요도 높게 나타났는데 초등돌봄 기관인 늘봄학교에 대해 부모 77.6%가 이용을 희망했다. 30.4%는 6학년까지 이용할 수 있기를 원했다.
주형환 저출산위 부위원장은 “이번 조사를 통해 주거·일자리 등 경제적 지원과 일·가정 양립이 결혼·출산 결정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조사 결과를 반영한 체감도 높은 저출산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