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민주당 ‘승자의 저주’를 피하려면
22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압승했다. 지역구에서만 161석을 얻었다. 지역구 163석을 확보한 4년 전 총선에 근접한 성적표다. 한 정당이 2회 연속 ‘과반’을 차지한 것은 1987년 민주화운동 이후 처음이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야당으로 과반을 챙기는 신기록도 기록했다. 지난 21대 과반 승리는 여당으로서의 기록이다.
올 초만 하더라도 민주당은 승리를 자신하지 못했다. 윤석열정부 2년 성과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짙었지만 민주당에겐 약점이 너무 많았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묵직하게 깔려 있었다. 친명(친이재명계) 대 비명·반명간 갈등의 골이 깊었고, 탈당과 신당 창당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공천과정에서도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친이재명계 중심의 사천 논란, 공천장을 받은 후보들의 과거 전력은 중도층 이탈뿐만 아니라 지지층들도 주저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모든 이슈의 아래에선 ‘정권심판의 강물’이 도도하게 흐르고 있었다. 그 강도는 민주당 치부를 모두 삼켜버리고도 남을 정도였다.
22대 총선 이후 당선인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공통 질문으로 ‘민주당의 압승 이유’를 물었다. 한명도 빼놓지 않고 ‘강력한 정권심판 여론’을 꼽았다. 정권심판론이 유권자의 뇌리에서 약해질 때마다 윤 대통령은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의 호주대사 임명과 도피성 출국, ‘875원 대파 논란’을 일으키며 불씨를 살려줬다. 19대총선때 김용민 막말 사태보다 더 심각하다고 평가받았던 ‘공영운 양문석 김준혁 사태’나 막판 보수층 결집마저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하게 만들 정도였다.
민주당은 17대 총선 때의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 22대 총선 때의 코로나 사태 극복을 염원한 정부지지 여론 ‘바람’에 이어 이번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덕’에 과반을 얻을 수 있었다. 민주당 자신의 득점이 아닌 상대편의 실점, 심지어 전염병에 힘입어 ‘절대 과반의 1당’에 무혈 입성했던 셈이다. 민주당이 승리를 만끽할 수만은 없는, 아니 만끽해서는 안되는 이유다.
조국혁신당이 12석을 확보한 것은 일종의 ‘민주당 심판’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의 뿌리인 호남, 특히 광주에선 비례득표에서 조국혁신당이 민주당을 앞섰다.
민주당이 백서작업에 들어갔다. 21대 총선 승리 후 제대로 백서를 내놓지 않은 민주당은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연패했다. 그 후에도 ‘반성을 담은 백서’는 없었다. 22대 총선 민심은 민주당을 지지한 게 아니라 윤석열정권을 심판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의 덕이 아니었다면’을 전제로 한 자기성찰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21대 총선 승리 이후 연패에 빠졌던 ‘승자의 저주’를 다시 경험할 수 있다. 이번 ‘백서’ 작업이 2년 후 지방선거와 3년 후 대선 결과를 미리 읽을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박준규 정치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