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취임식 하루전에 전술핵훈련 명령
"우크라 파병" 마크롱에
“매우 위험한 수사” 경고
오늘 오후 취임식 예정
블라디미르 푸틴(71) 러시아 대통령이 취임식을 하루 앞둔 6일(현지시간) 군에 전술핵무기 훈련을 지시하며 서방에 다시 핵 경고장을 날렸다.
푸틴 대통령은 7일 낮 12시(한국시간 7일 오후 6시) 크렘린궁 대궁전 안드레옙스키 홀에서 취임 선서로 집권 5기의 문을 연다.
6일 러시아 국방부는 푸틴 대통령의 명령에 따른 것이라면서 남부군관구의 미사일 부대가 공군·해군이 참여한 가운데 ‘가까운 미래’에 전술핵무기 사용을 연습하기 위해 훈련 준비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는 “러시아에 대한 서방 당국자들의 도발적인 발언과 위협에 대응해 러시아 영토를 지키고 주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훈련 장소와 시기를 특정하지 않은 채 “훈련 기간 동안 비전략 핵무기의 전투 임무 수행 준비와 사용을 연습하는 조치가 수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로스토프나도누에 본부를 둔 러시아 남부군관구는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가까운 러시아 남부 지역을 비롯해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의 도네츠크·루한스크·자포리자·헤르손 지역과 크림반도를 관할한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훈련이 최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무장관의 발언과 관계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 파병 가능성을 언급한 마크롱 대통령과 우크라이나에 제공된 무기가 러시아 본토 타격에 이용될 수 있다고 한 캐머런 장관의 발언이 “전례 없는 새로운 긴장을 유발하는 매우 위험한 수사”라고 비판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피에르 레비 주러시아 프랑스 대사와 나이절 케이시 주러시아 영국 대사를 초치해 직접 항의했다.
특히 케이시 대사에게는 “캐머런 장관의 발언은 영국이 사실상 분쟁의 당사자임을 인정한 것”이라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에 영국 무기를 사용할 경우 우크라이나 영토와 해외에 있는 영국 군사 시설·장비가 대응의 표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외무부는 별도 성명에서 이번 훈련을 서방의 호전적인 성명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의 불안정화 조치 맥락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서방이 자신들이 초래할 위험의 파국적 결과를 깨닫고 러시아와 직접적인 무력 충돌에 휘말리지 않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외무부는 마크롱 대통령과 캐머런 장관의 발언, 미국의 에이태큼스(ATACMS) 장거리 미사일 제공 등을 언급하며 “그들은 의도적으로 우크라이나 위기를 나토와 러시아 간의 공개적인 군사 충돌로 확대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또 조만간 우크라이나에 인도될 F-16 전투기에 대해 “어떻게 개조돼 공급되든지 우리는 그것을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자산으로 취급하고 이를 미국과 나토의 의도적 도발로 간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그리고리 마시코프 러시아 외무부 비확산 및 수출통제 특사는 리아노보스티 통신 인터뷰에서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중·단거리 미사일을 배치할 경우 러시아도 핵 억지력을 포함해 모든 대응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외무부는 “러시아는 미국 조치에 대응해 중·단거리 미사일 개발을 강화하고 생산을 시작하기로 했다”며 러시아의 축적된 역량을 고려할 때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월 국정연설에서 프랑스 등 나토 회원국 사이에서 파병 가능성이 언급된 것을 지적하며 “러시아에 새롭게 개입하려는 시도는 핵무기 사용을 포함한 대규모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