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전역으로 번지는 대학가 반전시위

2024-05-08 13:00:04 게재

10개국 20여개대로 확산 천막농성 vs 강제해산 충돌

뉴욕 컬럼비아대를 진원지로 미국 전역의 대학 캠퍼스에서 불붙은 가자지구 전쟁 반대 시위가 대서양 건너 유럽 전역에서도 번지고 있다. 농성 텐트가 허용되는 대학도 있지만, 일부 대학에서는 시위가 격화해 경찰이 강제해산에 나서고 참가자들이 무더기로 체포되는 등 긴장이 높아지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A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7일(현지시간) 현재 가자 반전 시위는 유럽 10개국 20여개 대학으로 확산하고 있다. AP는 “최근 며칠 사이 핀란드 덴마크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영국에서 학생들이 시위를 벌이거나 야영지를 설치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오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에서는 경찰과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대가 충돌하면서 125명이 현장에서 체포됐다.

현지 국영방송 NOS가 중계한 영상에는 경찰이 굴착기를 동원해 시위대가 자전거와 나무판자 등으로 만든 바리케이드를 무너뜨리는가 하면 곤봉과 방패를 든 경찰이 농성 텐트를 해체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학생과 교직원 등 약 3000명으로 불어난 시위대는 해체된 텐트 인근에 모여 “팔레스타인은 자유로워질 것”이라는 등 구호를 외치며 항의를 이어갔다. 암스테르담 경찰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시위가 폭력적으로 변질돼 “질서 회복을 위해 (강제해산이) 필요했다”고 주장했다.

독일 베를린에서도 지난 4일 훔볼트대에 이어 이날 베를린자유대(FU) 캠퍼스에서 100여명이 약 20개의 텐트를 치고 인간 사슬을 만든 채 농성했다. 경찰이 천막 해체에 나서고 후추 스프레이를 사용하면서 학생들과 난투극이 벌어졌고 일부가 연행되는 모습이 목격됐다고 AP는 전했다.

독일 동부 도시 라이프치히 소재 라이프치히대에서는 약 50명의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천막을 치고 강의실을 점거했다고 dpa 통신이 보도했다.

캠퍼스 시위 확산 양상은 인접 국가들에서도 이어졌다.

오스트리아 비엔나대에서는 캠퍼스 중앙 마당에 설치된 20여개 텐트에서 학생들이 이틀째 농성 중이다. 벨기에 헨트대에서는 전날 팔레스타인 연대 단체에 속한 재학생들이 캠퍼스 건물 일부에서 점거 농성을 벌였다. 이들은 지난달 24일 학교 이사회에 공동 서한을 보내 이스라엘 기관과 모든 협력을 중단하겠다는 내용의 회신을 이달 3일까지 보내달라고 요구했으나 학교 측이 답변하지 않자 점거 농성에 돌입했다.

옥스퍼드 등 영국 대학 12곳에서도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 캠프가 생겨나 이스라엘에 무기를 제공하는 방산업체와 연구 협력 중단 등 이스라엘에 대한 재정적·도의적 지원을 끊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 캠퍼스에는 팔레스타인 국기와 함께 ‘가자(Gaza) 연대 캠프’, ‘옥스퍼드 동문들은 팔레스타인의 정의를 위해 학생들을 지지한다’고 쓴 현수막이 내걸렸다고 BBC가 전했다. 200명이 넘는 옥스퍼드대 학자들이 시위를 지지하는 공개 서한에 서명했다.

핀란드에서는 ‘팔레스타인을 위한 학생 연대’ 소속 시위대 수십명이 헬싱키대 본관 밖에 천막을 치고 시위를 벌였고, 덴마크 코펜하겐대에서도 학생들이 텐트 40여개를 치고 농성에 돌입하는가 하면 프랑스 파리에서는 학생 단체들이 이날 오후 팔레스타인인과 연대하는 시위가 열릴 예정이다.

스페인 발렌시아대에선 학생 수십명이 친팔레스타인 야영지에서 일주일 넘게 농성 중이고, 6일에는 바르셀로나대와 바스크지방대에서도 비슷한 캠프가 설치됐다.

앞서 미 대학가에서는 지난달 18일 이후 미 전역의 약 50개 캠퍼스에서 반전시위와 관련해 약 2500명의 학생이 체포됐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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