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립한글박물관 10년의 해에 세종을 기리다
2024년은 대한민국 국립한글박물관 건립 10년이 되는 해입니다. ‘한글’을 정체성으로 삼는 세계 유일의 국가박물관, 그 10년 성장의 길을 되짚으며 세종대왕께서 한글을 창제하시면서 품었던 아름다운 철학 - 스스로 자유로운 나라, 사랑하는 백성, 삶에 도움을 주는 실천 - 을 생각합니다.
“나라의 말이 중국과 달라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백성들을 위해 바른 소리를 어우르는 바른 글자를 창조한다.” 이 위대한 뜻에도 기득권의 저항이 만만치 않았음을 알고 있습니다. 대왕의 번민과 고독, 그리고 정치적 용기에 한없는 존경과 찬사를 올리며, 천명하셨던 창제정신을 잇고자 국립한글박물관의 소명을 다짐드립니다.
국가안위와 공동번영의 국제협력자
국립한글박물관은 문화·학술·교육기관입니다. 또한 국가와 민족의 안위를 책임지는 안보기관이자 지구촌 평화와 공동의 문명사적 번영을 위해 헌신하는 국제협력자입니다. 언어와 문자는 특정 민족이 공동체 인식을 함유하는 가장 중요한 매개체이자 문명을 창조하고 발전시키는 요소라고 합니다. 우리는 우리말과 함께 독창적이며 과학적이고 실용적인 문자를 간직한 드물게 복된 민족이자 겨레의 역사와 전통을 계승한 자랑스러운 국민입니다.
국립한글박물관은 그러한 자긍심이 지켜질 수 있도록 글과 말을 보존하고 가꾸어 나가는 숭고한 사명을 실천하겠습니다. 국가와 민족의 문화 안보 기관으로서 소명을 엄숙히 인식하고 수행코자 합니다.
또한 국립한글박물관은 ‘인류 문명 발전에 이바지하는 세계문자’로서 한글의 전지구적 확산을 실천하겠습니다. 하늘과 땅으로 상징되는 자연의 섭리가 사람과 만나는 접점에서 문자학적 발성학적 원리를 도출해 낸 세종의 과학은 21세기 한국 밖에서도 높은 평가와 감탄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고유한 말과 맞지 않는 한자를 사용해야 했던 조선 백성을 위해 창제된 한글이 이제 한국 문화의 정수이자 결정체로서 인정받고 있습니다. 국립한글박물관은 인류 공동 문명의 번영을 위해 한글을 중심으로 겸손하면서도 전문적인 헌신을 다하겠습니다.
문화향유와 인문교육 기능 지속할 것
국민의 박물관인 국립한글박물관의 주체와 객체는 다르지 않습니다. 모두가 주체가 되는 박물관을 지향합니다. 한글과 인연이 있는 자료와 유물을 수집하고 보존하는 일에 참여형 방법을 도입하고 박물관의 가장 고유한 기능인 상설전시의 구성과 개편, 모든 기획전시의 시작부터 끝까지 여러 고견을 최대한 반영하고자 합니다. 문화적 향유권의 공급자와 수요자가 동체가 되는 것이 국립한글박물관이 그리는 미래입니다.
진정한 참여형 박물관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하겠습니다. 놀이를 통해 한글을 배우는 ‘한글놀이터’는 이미 오래전부터 명소로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이제 국립한글박물관의 인문교육 기능은 국내 지방 권역들과 해외에서 ‘찾아가는 한글 놀이터’ ‘이동하는 한글박물관’으로 이어집니다. 국립한글박물관은 다양한 연령층과 사회적 범주를 위한 인문 교육기관으로서 기능을 지속하겠습니다.
5월 15일은 ‘큰 스승 세종대왕 나신 날’입니다. 임금의 627돌 탄신일을 앞두고 한글의 창제와 반포를 결과했던 용기 있는 결정을 기려 봅니다. 아울러 2009년 12월 적지 않았을 이견과 반대를 설득해 국립한글박물관 창립을 가능케 했던 용기 있는 결정도 기억해 봅니다. 국립한글박물관의 미래 10년, 미래 100년을 준비하는 노정에서도 용기 있는 결정들은 이어질 것입니다.
김일환 문화체육관광부 국립한글박물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