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독주체제, 민주당 대표 연임만 남았다
원내지도부 이어 국회의장도 이 대표 의중 집중
8월 전당대회 대표 연임 ‘1인 체제’ 가능성 커
4년 전 이낙연 당권·대세론은 ‘독배’로 귀결
4.10 총선 이후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 구심력이 최대치에 근접하고 있다. 22대 국회 첫 해를 이끌 원내지도부는 ‘찐명’(진짜 이재명)을 자임하는 의원들로 짜였다. ‘역대급 경쟁’으로 평가되는 국회의장에 나선 후보들도 이재명 대표와의 눈높이를 강조하고 있다. 민주당 안에선 8월로 예정된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 대표의 대표직 연임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윤석열정권 견제’ 민심이 만들어 낸 야당압승이 이재명 대표 1인체제 강화로 연결되는 흐름이다.
◆‘이재명의 민주당’ 상징된 첫 원내지도부 = 22대 국회 민주당 첫 원내대표로 선출된 박찬대 의원은 7일 22명의 원내대표단 인선을 마무리했다. 이 대표가 총선을 앞두고 영입한 인사들과 비서실 출신 등 친명계 당선인들이 집중 배치됐다. 원내수석 부대표인 박성중 의원은 이 대표의 수석대변인을 지냈다. 박 원내대표 비서실장에는 이재명 대표 대선캠프 대변인와 대표실 정무특보를 지낸 정진욱(광주 동남갑) 당선인이 임명됐다. 원내대변인인 윤종군(경기 안성) 당선인은 경기도지사 당시 이 대표의 정무수석비서관을 지냈고, 대선캠프에에서는 메시지팀 팀장으로 활동했다. 노종면(인천 부평갑) 당선인은 YTN 해직 기자 출신으로 총선 영입인사다.
원내부대표단에는 곽상언(서울 종로), 박민규(서울 관악갑), 김남희(경기 광명을), 안태준(경기 광주을), 김용만(경기 하남을), 부승찬(경기 용인병), 모경종(인천 서구병), 송재봉(충북 청주청원), 정준호(광주 북구갑), 조계원(전남 여수을), 김태선(울산 동구), 정을호(비례), 임광현(비례), 백승아(비례), 서미화(비례) 당선인 등 15명이 임명됐다.
안태준 부대표는 경기주택도시공사 임원을 지냈고, 모경종 부대표는 이 대표 경기지사 시절 청년비서관을 지냈다. 김남희·김용만·백승아 부대표는 이 대표 영입 인재 출신이다. 사실상 합의추대 형식으로 원내대표에 선출된 박 원내대표는 이 대표와의 협력을 일성으로 내놨다.
박 원내대표는 8일 민주당 최고위에서 “22대 국회는 총선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는 국회가 되어야 한다”면서 “이재명 대표와 함께 원내·외가 유기적으로 소통하고 기민하게 움직이는 행동하는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당 대표도 합의 추대? = 민주당 안에선 8월 전당대회에서 합의 추대 형식으로 이 대표의 연임을 점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대표도 의원들에게 대표직 연임에 대한 의견을 묻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이 대표 주도로 치러진 총선에서 국민의 재신임을 얻은 상황에서 총선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는 것이 좋겠다는 공개 목소리도 나온다. 정성호 의원은 “당헌에 연임 제한 규정은 없다”고 했다. 박지원 당선자는 “당헌상 대선 1년 전에만 당대표직을 사퇴하면 된다”고 했고,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이재명 대표가 대표를 계속 맡아 당을 일사불란하게 꾸려가라는 요구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원내대표로 총선을 치른 홍익표 의원은 유튜브 방송에서 “이 대표가 최근 대표직 연임과 관련해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고 물어 ‘연임이 나을 것 같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했다. 이미 이재명 체제로 평가되는 상황에서 직접 당권을 맡아 운영하는 것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호남의 한 3선의원은 “22대 국회 전반기에 민주당에 대한 평가는 결국 이재명 대표에 대한 평가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누가 대표를 맡아도 정치적 책임은 이 대표에게 몰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적 책임과 그에 따른 공과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대표가 대표직을 연임할 경우 민주당 당헌 당규에 따라 다음 대선 1년 전인 2026년 3월까지 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다. 2026년 6월 전국 동시 지방선거를 고려하면 이 대표가 지방선거 공천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4년 전 총선 압승 후 흔들렸던 전례 = 이 대표 1인 체제 등장이 예고된 가운데 이 대표가 실제 연임에 도전할 경우 민주당은 4년 전과 비슷한 ‘대세론’의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2020년 4월 21대 총선에서 대승을 거둔 민주당은 8월 전당대회에서 이낙연 의원을 대표로 선출했다. 8월 전당대회에서 국무총리 이후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면서 이낙연 대표체제가 출범했는데, 5개월이 되지 않아 이낙연 대세론이 무너졌다. 이 대표는 당시 8월전당대회에서 60.77%의 압도적 지지로 대표직에 오르면서 당내 기반을 갖추는데 주력했으나 주도권을 내줬다. 2020년 3월 한국갤럽 차기정치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선두였던 이낙연 대표는 8월 2주차부터 밀리면서 2021년 1월 2주차 조사에서는 오차범위 밖으로 처졌다.(선호도 조사 결과 등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대세론에 기댄 1인 체제가 결국 독배가 된 셈이다. 문재인정부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최재성 전 의원은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연임을 하는 것이 당을 위해서나 본인을 위해서 좋은 것인가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우려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장기적으로도 민주당이 과연 이 대표의 연임 체계를 통해서 더 강해지고 더 단단해지고 잘 갈 수 있느냐, 혹은 또 그 반대의 역효과나 역작용이 날 수 있느냐 했을 때, 후자에 대한 우려가 실질적으로 매우 크다고 본다”고 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