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혁신 기업인 열전 ② 박태형 에이트테크 대표
폐기물 선별 AI로봇 개발…도시광산 금맥 캔다
45종 폐기물 구분해 인식, 정확률은 99% 이상
세계 첫 무인 로봇자원회수센터 하반기 시범가동
창업 4년간 122억원 투자 유치, 내년 상장 추진
세계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한국도 고환율 고금리 고물가에 저성장까지 복합위기에 빠졌다. 미국-중국의 경제패권 경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한 가운데에서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고 했다. 한국기업의 도전역사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내일신문은 (사)밥일꿈과 기업가정신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있는 혁신 기업인을 연재한다. 그들의 고민과 행보가 한국경제와 중소기업이 나아갈 방향에 좋은 지침을 담고 있어서다.
인천 자원순환센터 방문은 사업구상을 구체화하는 계기가 됐다. 열악한 재활용선별장과 낮은 재활용률에서 영감을 받았다. 인공지능(AI)과 로봇으로 자원순환구조를 획기적으로 혁신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밀려왔다.
2020년 5월 창업했다. 재활용기술을 연구하고 AI개발에 나섰다. 창업 1년 후 시제품을 세상에 내놓았다. 바로 국내 최초로 개발한 AI기반 자원선별로봇 ‘에이트론’(Atron)이다.
지난해 매출 22억원을 기록한 스타트업에 투자자들은 신뢰를 보냈다. 지난해 11월 86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지금까지 누적투자금액은 122억원에 달한다. 내년 코스닥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에이트론으로 도시광산에서 금 캐기에 나선 청년은 박태형 에이트테크(AETECH) 대표다.
◆지질학도 청년의 도시광산 도전 = 지난달 25일 서울디지털단지 내 에이트테크 본사를 찾았다. 에이트테크는 창업 3년만에 기술혁신(이노비즈)기업 인증을 받았다.
한국은 재활용 분리배출 참여율이 세계 2위로 선두권이다. 하지만 분리배출 후 80%는 폐기물 처리되고 실질 재활용률은 20% 정도에 그친다. 에이트론은 AI와 로봇을 활용한 폐기물처리시스템이다. 사람이 하던 재활용품 분류를 AI로봇이 24시간 한다.
에이트론은 객체 인식과 분석기술로 재활용 가능한 폐기물을 골라낸다. 260만건 이상의 실제 선별장 생활폐기물 정보를 학습해 45종의 폐기물을 구분해 인식한다. 인식 정확률은 99% 이상이다. 블로워(송풍기) 진공방식을 채택해 흡착하는 힘으로 폐기물을 집어 선별한다. 분당 96개 이상의 신속한 작업이 가능하다.
박 대표는 “민간이나 공공 생활폐기물선별장에서 에이트론을 도입할 경우 사람이 작업하는 것에 비해 폐기물 선별속도는 240% 증가하고 선별비용은 266% 줄여준다”고 설명했다. 에이트론 1대당 연 860kg의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효과는 덤이다.
◆AI와 하드웨어 핵심기술 보유 = 에이트테크는 AI와 하드웨어 관련 핵심기술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이미 10건의 국내 특허, 16건의 출원 외에 해외시장 공략을 위한 특허협력조약(PCT) 6건도 출원했다.
박 대표를 포함한 임직원의 60%가 연구개발(R&D) 인력이다. 시장선점과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술력을 갖춘 셈이다. 폐기물처리장별로 다른 환경에 맞춰 에이트론을 제작·공급할 수 있는 배경이다.
이미 인천 남동구, 경기도 남양주·성남시, 경북 청도군 등에 납품해 실제 사용되고 있다. 올해는 서울 송파구에 듀얼 암(폐기물을 골라내는 두개의 로봇팔) 형태로 선별과 골라내는 능률을 향상시킨 ‘듀얼 에이트론’ 1호기를 설치하고 서울시 실증사업도 진행할 예정이다.
에이트테크는 에트리온을 기반으로 작업을 완전한 무인화로 진행하는 ‘로봇자원회수센터’ 건립에도 나서고 있다. 올해 하반기 시범가동을 목표로 내부설계를 진행 중이다. 로봇자원회수센터 재활용률을 80%까지 높이는 것이 목표다. 기존 선별장의 재활용률은 30%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박 대표는 “무인 로봇자원회수센터는 20대 이상의 에이트론, 순환형 컨베이어 벨트를 이용한 선별 솔루션까지 제공하는 재활용 분야 세계 최초의 AI공장이 될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무인 로봇자원회수센터는 2차 선별장으로 1차 선별장에서 들어온 혼합 PET를 재생원료인 플레이크로 생산한다. 추가 세부분류를 거쳐 고순도의 'r-PET' 플레이크를 생산할 예정이다.
◆가정용 자동분리수거장 추진 = 에이트테크는 지속적인 연구개발로 플랜트 단위 생활폐기물 선별 운영사로 도약할 계획이다. 단순한 로봇(에이트론) 공급사가 아닌 국내 재활용 선별장 위탁운영이나 설계컨설팅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포부다.
현재 국내에 250개 공공재활용선별장이 있다. 대부분 시설이 낡았다. 인력도 부족할 뿐더러 고령화가 심하다. 민간 선별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 일부 선별장에서는 에이트테크에 도움을 청했다.
대기업과도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와는 공동주택용 재활용폐기물의 자동집하·선별 로봇을 개발 중이다. 에이트론의 소형화로 가정용 자동분리수거장을 구축하려는 것이다.
이도경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많은 기업들에서 자동차폐기물 선별, 전자제품 폐기물선별 작업이나 재활용 요구가 많다”고 전했다.
해외시장 개척에도 박차를 가한다. 싱가포르 타이완 홍콩 등이 우선 대상이다. 비교적 국토면적이 좁아 재활용 수요가 높아서다. 해외시장은 플랜트 프로젝트로 묶어서 진행할 예정이다.
“단순한 로봇(에이트론)판매를 넘어 플랜트 수출기업이 목표다.”
1987년생 청년기업가 박태형 대표의 발걸음은 도시광산을 일굴 자원순환플랜트 수출로 향하고 있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