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왜 과학기술혁신은 실패하나
경제학적으로 보면 독과점이나 이를 위한 카르텔 형성, 무임승차(free ride), 도덕적 해이(moral hazard) 등이 시장실패를 일으킨다. 과학기술혁신에서 시장실패 이론은 조금 더 복잡하다. 과학연구와 기초연구의 경우 그 시작에는 돈(연구비)이 투입되지만 연구결과는 돈이 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과학연구와 기초연구는 시장에 맡겨놓으면 시장실패가 발생하기 때문에 필요한 만큼의 지식이 창출되지 않게 된다. 과학연구·기초연구에 정부가 지원을 하는 이유다.
한편 기술의 경우 개발되면 특허로 보호도 받고, 시장에서 성공할 경우 그 기술을 개발한 민간인 혹은 민간 기업이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시장에 맡겨놓아도 필요한 기술이 개발된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즉 기술의 경우 시장실패가 없다는 논리다.
시장실패 이론 넘어 시스템 실패 방지하는 데 주력해야
하지만 과거와 달리 오늘날 첨단기술 개발에는 많은 위험(risk)이 내포되어 있다. 미래첨단기술일수록 개발한다고 해도 성공할 가능성이 불확실(기술적 리스크)하고 많은 투자자금이 소요되는 재무적 리스크도 있다. 또 기술개발과 개발된 기술을 제품화하고 시장에서 수익으로 피드백되는 시간도 길고 언제가 될지 불확실한 시간적 리스크도 있다.
즉 미래첨단기술 개발의 경우 국가나 시장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은 나라일수록 민간기업이 이러한 심대한 리스크를 감내하면서 개발하고자 하는 동인이 떨어지고 결국 시장실패가 일어나게 된다. 이로 인해 미래유망 첨단기술개발의 경우 정부는 민간기업과 합심해 기술개발에 다양한 지원을 한다.
우리는 과학기술혁신에서 시장실패 이론을 넘어 시스템 실패를 방지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시스템 실패 이론이란 오늘날 기술혁신은 에디슨 시대처럼 몇사람의 발명가들이 기술을 발명하고 이것이 확산되는 그런 시대가 아니라 첨단기술 개발에 대해 산학연 및 정부가 합심, 시스템화해 기술혁신을 추구해야 하는데 해당 시스템이 얼마나 기술혁신 친화적이냐에 따라 그 시스템의 경쟁력이 결정된다는 이론이다.
이러한 시스템은 기술혁신 촉진을 위해 있어야 할 제도를 잘 구축해야 하고, 또 그러한 제도가 효율적으로 작동하는지 잘 관리해야 한다. 이를 위해 시스템을 구성하는 산학연, 중앙 지방정부, 관련 전문관리기관들은 상호소통과 상호학습을 효율적으로 해야 한다는 이론이다.
특히 상호소통과 상호학습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기술변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오늘날 거버넌스 상 상위주체가 하위주체에게 지시하고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상하위 개념을 떠나서 보다 많은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는 주체가 다른 주체들에게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고 학습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문화적 전통적 위계적으로 거버넌스 상 상위주체가 지식과 경험이 부족한 경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식과 경험이 상대적으로 많은 하위주체에게 배우려는 열린 태도보다 일방적으로 지시하려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이 같은 경우 과학기술혁신 시스템 실패가 발생한다.
상호소통과 학습 실패한 사람들 돌려막기식 보은인사 자제돼야
거버넌스 상 상위주체들은 주로 투표에 의해 선출되는 권력이고, 또 이러한 권력들은 주기적으로 바뀌다 보니 과학기술혁신 상 시스템 실패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상대적으로 많은 지식이나 경험을 가지고 있는 관료들이나 관련 전문기관의 전문가들도 상위 주체들과의 능동적인 상호학습 대신 ‘시간이 흘러가면 알게 되겠지’하는 수동적 자세를 취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는 동안 시스템 실패는 치유되지 않고 막대한 비효율성을 발생시킨다.
이제 모든 혁신주체들은 거버넌스 상의 상하를 떠나 열린 태도로 상호소통과 상호학습에 주력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상호소통과 상호학습에 실패한 주요 인사들에 대한 돌려막기식 보은인사는 자제되어야 한다.
조현대 기술경영경제학회 명예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