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라파 공격하면 무기지원 중단”
CNN 인터뷰서 이스라엘에 공개 경고 … 아이언돔 등 방어무기 지원은 계속
바이든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CNN 인터뷰에서 “가자에서 민간인들이 폭탄과 다른 공격방법에 의해 죽어가고 있다”며 “만약 그들이 라파에 진격한다면 나는 그들이 지금까지 라파와 다른 도시들을 다루는 데에 사용했던 무기를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 정부는 라파 지상전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며 이스라엘에 지원하기로 했던 고폭발성 폭탄 1회분의 선적을 중단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8일 상원 세출위원회 국방소위 청문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우리는 이스라엘이 자기방어 수단들을 갖도록 하기 위해 필요한 일을 계속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우리는 지금 라파에서 벌어지는 일들의 맥락에서 단기적 안보지원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이스라엘이 전쟁터에 있는 민간인들을 책임지고 보호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라파에서의 중대한 공격을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처음부터 분명히 해왔다”며 “우리는 상황을 평가했고, 고폭발성 탄약(high payload munitions) 1회분 수송을 일시 중단(pause)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그 수송을 어떻게 진행할지에 대해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앞서 AP 통신은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미국 정부가 지난주 이스라엘로 가는 폭탄 선적을 일시 중단했다고 전했다. 최근 라파 지상전을 놓고 미국과 이스라엘이 갈등하면서 무기 수송을 일시 중단했다는 보도가 잇달아 나왔지만 책임있는 미국 정부 당국자가 공개적으로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7개월 넘게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 방침을 고수해 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막대한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가 발생하면서 미국의 친이스라엘 정책에 대한 비난 여론이 급증했다.
국제사회에서 미국에 대한 비판이 커진 것은 물론이고 미국 내부에서도 반감이 커졌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이스라엘 네타냐후 전시내각에 대한 공개 비판이 커졌고, 최근 미국 전역의 대학가에서는 반전시위로 심한 진통을 앓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오는 11월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바이든 입장에서는 가자전쟁을 현 상태로 끌고 가는 것은 커다란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미국이 직접 나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협상을 중재하는 것은 물론, 라파 지상전을 적극 만류하는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무기 선적 중단에 이어 바이든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지원 중단까지 언급한 것은 그만큼 사정이 급박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무기지원 중단을 언급하면서도 이스라엘 방위를 위한 방공무기체계인 아이언돔 유지를 비롯한 방어 무기 지원은 이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아이언돔과 중동에서 최근 발생한 공격에 (이스라엘이)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유지하는 것은 확실히 할 것”이라며 “그러나 이것(라파에 대한 대규모 공격)은 잘못됐다. 우리는 무기와 포탄을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아직 라파 ‘레드 라인’을 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들은 인구 밀집 지역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그들이 한 일은 접경 지역에서 벌어진 일”이라며 “이는 이집트와 문제가 되고 있고, 이는 우리가 관계를 위해 매우 노력해 온 측면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