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기업 ‘상장 차단’…주관사에 ‘실사책임’ 묻는다
금융감독원, 제재 근거 마련키로
9일 단계별 제도개선방안 발표
부실기업이 제대로 된 실사를 거치지 않고 증시에 상장돼 투자자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금융당국이 주관사에 법적 책임을 묻기로 했다.
금융감독원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IPO(기업공개) 주관업무 제도개선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김정태 금감원 부원장보는 “최근 중요 위험요인 기재 누락, 공모가 고평가 등 IPO 주관업무 관련 일련의 논란이 발생하면서 주관사의 역량과 책임성에 대한 시장 신뢰가 크게 실추됐다”며 “IPO 주관업무에 대한 자율규제의 틀을 유지하면서 주관사의 책임성과 독립성이 강화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현재 기업에 대한 구체적인 실사업무 수행에 관한 내용이 없어서 형식적이고 부실한 기업실사로 인해 위험요인 파악에 실패하고 중요 투자위험 미공시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IPO실사 중 회사의 매출이 급감했다는 것을 주관사가 인지하고도 증권신고서에 기재를 누락하면서 해당 기업의 실적 발표 후 상장 3개월 만에 주가가 급락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앞으로는 주관사의 형식적인 기업실사를 방지하기 위해 금융투자업규정과 인수업무규정을 개정해 주관사의 책임성을 강화하기로 했다.
기업실사 항목, 방법, 검증 절차 등 준수 사항을 규정화하고 실사책임자(주관사 임원)가 실사 계획·진행경과를 확인하고 최종 실사결과보고서를 검토해 승인하도록 의무화하기로 했다.
규정에 따라 실사업무를 수행하지 않는 등 부실한 기업실사에 대한 제재근거도 마련된다. 또 실사책임자를 공시하고, 실사검증 절차 및 실사의견란을 공시서식에 신설하기로 했다.
주관사는 기업의 신규사업 추진 계획, 자금조달 계획 등과 관련해 경영진 면담을 필수적으로 실시하고 시중 정보와 전문가 의견, 회사 거래처 담당부서 직원 면담 등의 방법으로 회사가 제출한 자료를 검증해야 한다.
또 주관사의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 수수료 구조를 개선하기로 했다. 현재는 대표 주관계약 해지시 주관업무 수행에 대한 대가를 미수취하는 영업관행으로 인해 주관사의 자율성이 제한되고 있다. 상장적격성이 낮은 경우에도 IPO를 강행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대표 주관계약 해지시 해지시점까지의 주관회사 업무에 대한 대가 수취에 관한 사항을 계약서에 포함하도록 의무화된다. 금감원은 “발행사의 부당한 요구에 흔들리지 않고 주관업무를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대표 주관업무 계약체결 관행이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수수료 수취 금지, 수수료 구성(인수·주관·성과)과 지급조건 등을 투명하게 공시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추진된다.
이와함께 공모가 산정 관련 내부기준 마련도 의무화된다. 현재는 인수업무규정에 공모가 결정절차(수요예측 방법)에 관한 규정만 존재하기 때문에 과도한 추정치 사용, 부적절한 비교기업 선정, 평가의 일관성 결여 등의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금감원은 주관사별로 공모가 산정 관련 내부기준 및 절차 마련을 의무화하고 내부기준에 대한 예외적용시 내부 승인 및 문서화 절차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금융투자협회는 ‘IPO 공모가격 결정기준 및 절차’를 마련·배포해 각 증권사들의 내부기준 마련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핵심 투자판단정보 기재 및 서식을 표준화·간소화하고 IPO 주관업무 관련 내부통제기준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