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 해외송금업체 ‘불법 의혹'…금융당국, 업무 전반 확인 나서
시장에서는 일부 업체 ‘한도 초과 송금’ 등 알려져
경찰 '마약 범죄 불법수익' 해외 송금 관련도 수사
금융당국이 처음으로 소액 해외송금업체에 대한 현장 검사에 착수하면서 그동안 시장에서 불거진 일부 업체의 불법송금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3개 업체를 대상으로 외국환 업무 전반에 대한 현장 검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9일 확인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검사가 일부 업체를 상대로 진행되고 있지만 소액 해외송금업계 전체에 규정 위반 여부와 내부통제시스템을 자체 점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액 해외송금업체들 사이에서는 일부 업체가 동일 인당 일정금액(건당 5000달러, 연간 5만달러) 이하로 제한돼 있는 해외송금의 법적 한도를 넘어서 불법적인 송금을 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법적 요건을 지키면서 영업하는 업체들도 손쉬운 방법으로 수익을 더 많이 낼 수 있는 유혹에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불법 행위에 대한 당국의 조치가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시장질서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가 특정 업체의 불법행위 등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지 않다고 밝혔지만, 업계 전체에 대한 경고 메시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강도 높은 검사를 예고하고 있다.
◆당국, 지난해 업계에 경고 … 불법 의혹 여전 = 기획재정부와 금융감독원 등은 지난해 10월 소액 해외송금업체를 대상으로 내부통제 설명회를 열고 선불전자지급수단을 활용한 해외송금업 영업행위를 금지하도록 경고했다. 2021년 금감원 지도공문을 통해 금지하도록 안내했지만 일부 업체들이 이를 준수하지 않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일부 업체는 은행과의 약정을 통해 개설한 다수의 가상계좌로 해외송금 자금을 모은 뒤에 가상계좌에서 고객 명의 계좌로 입금하지 않고, 선불전자지급수단(가상계좌 잔액)으로 충전된 자금을 외국으로 분할 송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방식으로 200억원대 송금이 발생해 동일인 송금 한도를 과도하게 초과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자금세탁방지 시스템은 수취인 위주로 가동되고 있어서 위법성 확인이 쉽지 않다.
일각에서는 가상계좌를 열어준 국내 은행에 대해 자금세탁방지 업무 소홀을 이유로 주요국 금융당국이 거액의 과태료와 제재를 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업체들의 경우 상당 수준의 송금 한도 초과가 발생하고 있어서 업계 전반에 대한 신뢰를 저하시키고, 금융시장 기능 왜곡과 소액해외송금업체에 대한 정체성을 지킬 수 없게 되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명의 도용, 마약 범죄 수익 불법 송금 의혹도 = 국내 모 대학교에서는 지난해 환치기와 관련해 해외 유학생들의 피해가 속출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학교에 재학 중인 베트남인 A씨가 베트남 송금을 유리한 환율로 제공하겠다며 국내 유학 중인 베트남 학생들의 개인정보(외국인등록증 사진, 계좌번호, 계좌거래 내역) 등을 제공받아 악용한 것이다. A씨는 제공받은 유학생 개인정보를 이용해 국내 소액 해외송금업체에 비대면 회원가입을 한 후 학생들의 동의 없이 본인의 베트남 수취계좌로 송금했다. 상당 금액이 환치기 목적으로 A씨 계좌에 송금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학생은 연간 송금 한도를 넘어서면서 더 이상 송금을 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고, 불법 외화송금에 연루돼 비자 연장 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한편 경찰에서는 필로폰 등 마약류 판매와 관련해 범행에 소액 해외송금업체 가상계좌가 이용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마약류 매수자들이 가상계좌로 입금한 내역을 확인했고, 범죄 수익금 대부분이 소액 해외송금업체 가상계좌를 통해 국외로 빠져나간 정황도 확보해 관련 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