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제 나선 친윤…더 커지는 ‘한동훈 출마론’
친윤, 전당대회 ‘어대한’ 얘기 나오자 일제히 견제구
일부 보수 “윤 정부가 망친 보수, 한이 재건해 달라”
한, 전당대회 불출마? “차기 원톱 위상 상실할 수도”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출마만 하면 당선이 유력하다는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 얘기가 나오자, 친윤에서 잔뜩 긴장하는 모습이다. 일제히 견제구를 던졌다. 하지만 친윤이 한 전 위원장과 대립각을 세울수록 한 전 위원장의 비윤 이미지가 부각되면서 “윤석열정부가 망친 보수를 재건해 달라”는 여권 내부의 요구가 커지는 모습이다.
8일 친윤에서는 일제히 한 전 위원장을 겨냥한 견제구를 쏟아냈다. 이철규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이번에 원내대표를 안 하겠다는 결심을 가진 근저에는 공천관리위원으로서 선거에서 졌으니까 구성원으로서 책임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원내대표에 불출마했다는 얘기다. 자신보다 책임이 큰 한 전 위원장은 당연히 전당대회에 나오지 말아야 한다는 뜻으로 읽혔다.
황우여 비대위원장은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총선에서) 이·조(이재명·조 국) 심판론만 내세운 건 아니고 여러 가지를 했지만, 그것이 부각되는 바람에 (정권심판론과) 대비 자체는 우리에게 도움이 안 됐다”며 한 전 위원장의 총선 전략을 비판했다.
전당대회 시기를 놓고도 시비가 붙었다. 여권에서는 전당대회가 늦춰질수록 한 전 위원장의 출마 여건이 나아진다고 본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황 비대위원장이 8월 전당대회 가능성을 비친 것과 관련, “6말7초쯤 전당대회를 빨리 해 조기에 당 지도 체제를 정비하고 당을 혁신하자는 데 총의가 모아졌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다른 논란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하루빨리 전당대회를 열어 한 전 위원장 출마를 막으려는 취지로 해석됐다.
친윤이 일제히 한 전 위원장을 견제하자, 한 전 위원장의 비윤 이미지가 더욱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한 전 위원장은 비대위원장 시절 윤석열 대통령과 수차례 갈등을 빚었다. 한 전 위원장의 비윤 이미지가 뚜렷해지면서 윤 대통령에게 실망한 일부 보수층과 당원 사이에서는 한 전 위원장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분위기다. 한 전 위원장이 하루빨리 전면에 나서 윤 대통령으로 인해 위기에 처한 보수를 구해달라는 요구로 읽힌다.
차기 유력주자로 꼽히는 한 전 위원장은 차기 도전을 위해서라도 이번 전당대회에 나설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국갤럽의 차기 주자 조사(4월 16~18일, 전화면접,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이재명 24%, 한동훈 15%, 조 국 7%, 이준석·홍준표 3%, 원희룡 2% 등으로 나타났다. 한 전 위원장은 총선 전 이뤄진 3월 조사(24%)보다 9%p나 하락한 성적표를 받았다. 한 전 위원장이 전당대회에도 나오지 않으면서 공백기가 길어지면 한 전 위원장 지지율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출마 필요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센터장은 “한 전 위원장이 보수진영의 차기 경쟁에서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주자가 부상하면 원톱 위상을 상실할 수 있다. 그 점 때문에 (한 전 위원장이) 이번 전당대회를 건너뛰는 선택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