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전승절 연설서 서방에 또 핵위협
“전략군, 언제나 준비태세”
“벨라루스와 전술핵훈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2차 세계대전 전승절 기념식에서 서방을 강하게 비판하며 또다시 핵위협을 했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핵무기를 다루는 러시아 전략로켓군을 거명하며 “누구도 우리를 위협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 우리의 전략군은 언제나 전투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자신의 집권 5기 취임식 하루 전인 지난 6일 전술핵무기 훈련을 명령하며 서방을 위협했던 푸틴 대통령은 이날도 연설 이후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함께 기자들을 만나 러시아와 벨라루스군이 전술핵무기 훈련을 위한 공동 준비를 시작했다고 밝혔다고 타스 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러시아 남부에서 벨라루스와 함께하는 전술핵무기 배치 훈련에 대해 “특별한 것은 없고 계획된 작업”이라며 “정기적 훈련으로 이번에는 3단계 걸쳐 진행하며 2단계에서 벨라루스 동료들이 함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루카셴코 대통령도 양국 공동 훈련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전술핵무기 훈련 첫 번째 단계를 별도로 진행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두 번째와 세 번째 단계를 동시에 진행하기로 결정했다”면서 “푸틴 대통령이 매우 정확하게 강조했듯이 (공동 훈련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약 7분간 이어진 연설에서 ‘오만한’ 서방 강대국들은 2차 세계대전에서 소련이 독일 나치정권을 물리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잊고서 전 세계를 분쟁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런 과도한 야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알고 있다”며 “러시아는 전 지구적인 충돌을 막기 위해 모든 조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영토 회복주의, 역사에 대한 조롱, 그리고 나치 추종자를 정당화하려는 욕구가 서방 강대국들의 일반적인 정책”이라며 “이들은 주권적이고 독립적인 세계 각지를 봉쇄하기 위해 점차 더 많은 지역적 갈등과 인종·종교간 적대를 조장한다”고 비난했다.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이른바 ‘특별군사작전’과 관련,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으며 조국의 미래가 우리에게 달려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 전체가 특별군사작전의 영웅들과 함께 한다”며 “이 위대한 애국 전쟁에서 승리자의 세대를 바라봐야만 한다”고 강조한 후 1분간 묵념을 제안하기도 했다. 연설 뒤 진행된 열병식은 통상 2시간 정도 걸리던 과거와 달리 규모가 축소된 채 50여분 만에 행사를 마쳤다.
이날 열병식에는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옛 소련권 국가 정상과 쿠바, 기니비사우, 라오스 정상이 참석했다. 서방 등 비우호국은 초대되지 않았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