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AI로 제조강국 신화 잇는다

2024-05-10 13:00:01 게재

대한민국은 제조강국이다. 제조업은 국내총생산(GDP)의 28%, 수출의 84%를 차지하며 한강의 기적을 이끌었다. 그런데 최근 해외 유력언론에서 제조업 중심의 한국경제가 한계에 부딪혔다고 지적했다. 잠재성장률이 2020년대는 2%, 2030년대는 1%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다.

저출산에 따른 노동력 부족, 에너지 등 비용상승, 중국의 첨단산업 진출이라는 제조업 3대 난제가 복합적으로 성장동력을 잠식하고 있다. 이러한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성장의 돌파구를 마련할 혁신이 필요하다. ‘인공지능(AI) 기반 자율제조’가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

성장 돌파구 마련할 혁신 필요한 때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AI 확산으로 향후 10년간 글로벌 GDP가 7%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독일 중국도 자율제조 정책에 앞장서고 있다. 테슬라 지멘스 등 글로벌 기업도 AI와 로봇을 활용한 다품종 유연생산을 도모하고 있다.

우리는 제조현장의 로봇보급률 1위로 공장자동화에 가장 앞섰다. 세계적으로 몇 안되는 대규모언어모델(LLM)을 보유한 생성형인공지능 선도국이며 AI 반도체의 핵심 메모리칩 생산국이다. 전기차 이차전지 등에서 보듯 신기술의 산업화 경험, 즉 이노베이션 역량이 탁월하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생산역량과 전문인력 측면에서 AI를 활용한 제조혁신 기반을 가장 잘 갖추고 있다.

하지만 ‘게임체인저’급 혁신기술 도입 초기에는 ‘생산성 역설’이 발생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1970~1980년대 미국의 컴퓨터 용량은 수백 배 증가했음에도 노동생산성은 1%대(1960~1970년대 3% 이상)로 주저앉는다. 기술개발에 이어 인력양성, 설비투자, 시험제조와 대량생산을 통한 생산성 혁신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혁신기술 개발과 생산성효과 발생 사이에 ‘J-커브’ 형태의 시차가 발생한다.

단기적 실적주의에서 벗어나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AI 제조 마스터플랜을 세워야 한다. AI 기반기술 및 산업 특화기술을 개발하고 AI 제조 공급망과 전력 용수 등 인프라 전반의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AI시대의 석유라 불리는 데이터 유통과 표준화에 각별하고 세심한 투자가 필요하다. 변화를 수용할 제도정비와 갈등관리도 필수적이다. AI 운영자, 데이터과학자, 로봇프로그래머 등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며 기존 산업에서의 실직 우려를 극복할 수 있어야 희망찬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때마침 산업통상자원부는 엊그제 AI시대 신산업정책의 기치 아래 ‘AI 자율제조 전략 1.0’을 발표했다. 첫째, AI 자율제조 도입 확산을 위해 200대 선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를 구축한다. 둘째, 민간 투자 유치와 대규모 예비타당성조사를 통해 3대 공통기술과 업종별 특화기술 개발을 추진한다. 셋째, 전문인력 전문기업을 육성하고 다양한 성장기반을 조성해 산업 및 협력생태계를 조성한다.

‘AI 자율 제조 전략’으로 성장 한계 돌파해야

세계경제포럼(WEF)의 창설자 슈밥의 4단계 산업혁명론은 혁신기술 변천사와 같다. 1단계의 증기기관에 이어 2단계는 전기에너지를 통한 대량생산 시대를 맞이한다.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대변되는 3단계 정보화 사회를 거치면 4단계는 인공지능 기술이 경제를 이끈다. 우리나라는 2단계 산업혁명부터 시작했다. 원전개발을 통한 양질의 전기에너지를 공급해 제조업 성장을 뒷받침했다. 초고속통신망 구축 세계 1위로 불릴 만큼 3단계 정보화 투자를 확대하며 제조 강국의 반열에 올랐다.

이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합토록 국가적 역량을 총결집해야 한다. AI 제조에 대한 정부의 선제적 기반조성, 기업의 공격적 투자와 국민들의 적극적 참여가 있어야 한다. 정부의 ‘AI 자율 제조 전략’이 한국 산업의 성장한계를 돌파하며, 산업 강국의 신화를 이어가는 해법이 되길 바란다.

전윤종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