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기업, 바다 이용해 탄소중립 속도 높인다
바다숲 가꾸고, 갯벌 블루카본 인증 노력 … 기후변화 대응 수산재해 줄이기도 집중
바다가 기후변화의 최전선이자 기후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해양수산부와 국립수산과학원(이하 수과원)등에 따르면 우리 연안 바다는 표층 수온이 지난 50년 동안 세계 평균(0.7℃)보다 2배 이상 빠르게 상승(1.44℃)하는 등 해양 기후변화에 심각하게 노출돼 있다.
바다온도가 오르면 대기 중 수증기양이 늘어 호우강도가 높아진다. 최근 중국 제주도 등의 집중호우도 해수면 온도 상승과 연관된 것으로 분석되면서 올 여름 기상재해에 대한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해수온 상승은 수온에 민감한 해양생물 서식지를 교란하고 이동성이 떨어지는 바다속 저서 생태계를 황폐화시켜 갯녹음 현상도 초래하고 있다. 해조류 등으로 구성된 바다숲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산소를 공급하는 해양 기후변화의 완충지로서 기능도 차츰 잃어가고 있다.
◆“2026년까지 IPCC 에 갯벌 블루카본 제안” = 해수부는 10일 경북 포항에서 바다식목일 행사를 갖고 ‘제12회 바다식목일 기념 바다숲 블루카본 국제포럼’을 개최했다.
블루카본은 해양생태계가 흡수하는 탄소로 숲이 흡수하는 그린카본과 함께 주요 탄소흡수원이다. 바다의 탄소흡수원은 갯벌 염습지 해초숲 굴밭 등이다.
해수부는 건강한 해양생태계를 유지·복원하기 위해 △갯벌 복원·보전 △해양식생 조성 △숨 쉬는 해안 조성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2013년부터는 매년 5월 10일 바다에 해초와 해조류를 심는 바다식목일 행사도 시행하고 있다.
포럼에서 특별강연을 한 김종성 서울대학교 교수에 따르면 그린카본은 배출된 탄소의 28%를 다시 흡수하고 블루카본은 26%를 흡수한다.
전세계적으로 블루카본 서식지가 그린카본 서식지에 비해 협소한 점을 고려하면 블루카본의 탄소흡수력이 상대적으로 매우 큰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나라의 경우 산림은 전 국토의 60%지만 연안의 블루카본 서식지는 2%에도 못 미친다. 블루카본의 탄소흡수 속도는 그린카본에 비해 50배 빠르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현재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공식 인정하는 블루카본은 열대우림의 ‘맹그로브’, 염생식물 군락지인 ‘염습지’, 수중에 발달한 ‘잘피림’ 등 세 가지 뿐이다.
해수부와 국내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 잘 발달된 비식생 갯벌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블루카본에 포함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진행 중이다. 해수부와 김 교수 연구팀은 2021년 우리나라 전체 갯벌이 약 1300만톤의 탄소를 저장하고 있으며 최대 49만톤의 이산화탄소를 매년 흡수한다는 것을 밝혀 국제학술지에 등재한 바 있다. 이산화탄소 49만톤은 승용차 약 20만대가 내뿜는 양에 맞먹는다.
김 교수는 “올해는 갯벌을 블루카본에 포함하기 위한 국가제안서 작성에 집중하고 있다”며 “제안서는 2026년까지 IPCC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도 갯벌블루카본특별보고서를 발행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한국수산자원공단은 2009년 시작한 바다숲 조성 사업을 통해 지난해까지 서울 여의도 면적의 110배에 달하는 317㎢의 바다숲을 조성했다. 이들 바다숲은 자동차 4만4000대가 1년 동안 내뿜는 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 것으로 추정했다.
공단에 따르면 바다숲 사업은 4년을 주기로 이루어진다. 먼저 국내 연안에서 해조류가 자라기 좋은 장소를 선정하고, 사업 시작 후 1년차에는 자연 암반 등에 해조류 포자가 잘 붙어 자랄 수 있도록 부착기질을 개선한 후 해조류를 이식한다.
2~4년차부터는 본격적으로 바다숲을 가꾸는 기간이다. 조식동물이 과도하게 많을 경우 밀도를 낮춰주고, 해조류 성장에 방해되는 폐기물도 수거한다. 이식한 해조류가 사멸한 경우에는 보식작업을 통해 안정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리고 사업 기간(1~4년차)동안 사업의 효과 검증 조사도 진행한다.
최근에는 바다숲의 범위를 확장해 해초류인 잘피(거머리말)숲도 적극 조성하고 있다.
이렇게 조성된 바다숲은 해양생물의 산란·서식·은신처로 기능하고 우리의 식탁도 건강하게 만들어 준다. 청정 바이오 에너지원, 의료·약품 쪽으로도 활용되고 새로운 탄소흡수원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바다숲의 이산화탄소 흡수 기능이 알려지면서 현대자동차 효성 포스코 등 바다숲 조성에 투자하는 기업들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달 24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해수부 수산자원공단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과 ‘블루카본과 수산자원 증진을 위한 바다숲 조성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해수부는 바다숲 탄소거래권 제도 도입 등 민간의 투자를 뒷받침하기 위한 제도를 정비하고 바다숲 조성 사업의 가치를 국제적으로 인정받기 위해 공동 학술대회 등 다양한 국제 협력도 추진할 계획이다.
◆올해 연안 표층수온 평년보다 1.0℃ 높을 것으로 예상 = 수과원은 지난 7~8일 부산 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기후변화에 따른 수산재해 피해 최소화 방안’을 주제로 어업인과 지방자치단체·학계 등 관련 기관 인사 100여명이 참여한 ‘해양수산재해 연구개발포럼’을 열었다.
포럼은 이상수온 빈산소물덩어리 적조 해파리 등으로 인한 수산재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과학적 정책지원과 협력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2013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다.
수과원에 따르면 매년 고수온 빈산소물덩어리 극한호우 등에 따른 어패류 피해가 지속돼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2718억원 규모의 피해가 발생했다. 이상수온으로 인한 독성해파리도 10종에서 16종으로 늘었고, 3~4월에 출현하던 패류독소도 1~2월에 조기출현하는 등 복합재해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이준수 수과원 연구관(기후변화연구과)은 ‘기후변화 이슈 및 이상해황’ 발표를 통해 2011~2022년 사이 수산업에서 겪은 자연재해는 고수온 피해가 53%(1251억원), 적조 21%(492억원), 저수온 11%(268억원) 등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상조류와 빈산소물덩이 태풍 괭생이모자반유입 등으로 인한 피해도 계속 됐다. 이 연구관은 지난해 봄에 발생한 엘니뇨가 올해 여름철 소멸할 것으로 전망하고 기온은 예년보다 높고 강수량도 예년보다 많은 것으로 예상했다.
대마난류는 5월 현재 평년 수준이지만 점차 강해지고 표층수온도 평년보다 1.0℃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포럼에서는 △유해생물에 의한 수산피해 및 대응 △빈산소물덩이로 인한 수산피해 및 예측기술 △수산재해 관련 양식생물 연구현황 등에 대해서도 공유했다.
최용석 수과원장은 “올 여름에도 수온이 평년 대비 1도 이상 높을 것으로 전망되는 등 폭염 발생가능성이 높아 수산재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피해 최소화를 위한 민·관·연의 지속적인 협력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