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적자 다시 2조원 육박…비급여 지급 증가

2024-05-10 13:00:01 게재

4세대 실손보험도 적자 큰폭으로 늘어, 보험료 인상 불가피 … 정부, 개선 모색

실손의료보험 적자 규모가 지난해 2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3조원 가까이 늘었던 적자 규모가 2022년 1조5000억원대로 크게 줄었지만 지난해 다시 상승한 것이다. 적자 폭이 커지면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져서 보험가입자들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과잉진료를 막기 위해 도입된 4세대 실손보험마저 지난해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해졌다. 정부는 실손보험 등을 포함한 보험산업 전반에 대한 제도 개선에 착수했다.

10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3년 실손의료보험 사업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실손보험은 1조973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전년도 (△1조5301억원) 대비 적자 폭이 4437억원(29.0%) 증가했다. 생명보험사는 91억원의 이익이 발생했지만 이익 규모는 전년(591억원) 대비 500억원 줄었으며, 손해보험사는 1조9829억원의 적자가 발생해 전년(△1조5892억원) 대비 손실이 3937억원 증가했다.

3세대 실손 적자가 9133억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1세대(△7734억원), 4세대(△2597억원), 2세대(△1169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2021년 7월 출시된 4세대 실손은 보험금 누수가 큰 도수치료와 영양제 등 일부 비급여 항목에 대해 과잉의료이용 방지를 위해 보장을 제한하는 등 지속가능한 상품구조를 만들어 출시됐다고 하지만 적자 규모는 매년 늘고 있다.

출시 첫 해인 2021년 22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이후 2022년 1018억원, 지난해 2597억원으로 적자 규모가 큰 폭으로 커졌다.

실손보험 적자가 증가한 이유는 비급여 항목의 지급 보험금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비급여 보험금은 8조원으로 전년(7조9000억원) 대비 2.0% 증가했다. 금감원은 “2022년 백내장 대법원 판결 등으로 인해 다소 감소했던 비급여 지급 보험금이 다시 증가세로 전환됐다”고 밝혔다.

대법원이 '입원 치료가 불필요한 경우 백내장 보험금을 통원 보장 한도에서 지급하라'는 취지의 판결을 하면서 백내장 수술은 급감했다.

2000만~3000만원 가량 지급됐던 최대 보험급 한도가 회당 20만~30만원으로 낮아지면서 불필요한 수술이 감소하고 실손보험금 청구도 줄었다.

하지만 금감원은 “무릎 줄기세포 주사 등 신규 비급여 항목이 계속 출현하는 등 전체 실손보험금 중 비급여가 여전히 높은 비중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비급여 실손보험금 상위 5개 항목의 비중을 보면 비급여 주사료(28.9%), 근골격계질환 치료(도수치료 등 28.6%), 질병치료 목적의 교정치료(3.1%), 재판매가능치료재료(2.0%), 하지정맥류(1.6%) 순이다.

2022년 백내장 다초점렌즈 삽입술(병·의원급)이 9.5%의 비중을 차지했지만 지난해에는 순위에서 빠졌다.

매년 근골격계질환 치료 비중이 가장 높았지만 지난해는 코로나 방역조치 완화 후 호흡기 질환 증가 등으로 1·2순위가 뒤바뀌었다.

지난해말 실손보험 계약은 3579만건으로 전년(3565만건) 대비 14만건(0.4%) 증가했다. 보험료 수익은 14조4000억원으로 전년(13조2000억원) 대비 1조2000억원(9.5%) 늘었다. 보험료 수익은 증가했지만 경과손해율(발생손해액/보험료수익)도 늘었다.

지난해 경과손해율은 103.4%로 전년(101.3%) 대비 2.1%p 증가했다. 3세대 실손이 137.2%로 가장 높고 4세대(113.8%), 1세대(110.5%), 2세대(92.7%) 순이다.

경과손해율이 높고 대규모 적자 발생으로 인해 실손보험의 보험료율은 매년 평균 10% 안팎으로 올랐다.

2019년 10.1%, 2020년 9.9%, 2021년 10~12%, 2022년에는 14.2% 상승했다. 2023년 8.9%로 다소 낮아졌고, 올해는 인상폭이 1.5% 수준에 그쳤다. 보험사들이 인상을 자제했기 때문이지만 적자 폭이 다시 커지면서 내년에 보험료율이 대폭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은 지난 7일 ‘보험개혁회의’를 열고 “실손보험의 경우 과잉진료, 선량한 보험가입자의 급격한 보험료율 인상 등의 문제에 대해 관계기관 간 의료개혁 논의와 연계한 상품개선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실손보험이 국민의 사적 안전망 역할을 지속할 수 있도록 보험금 누수 방지 및 다수의 선량한 계약자 보호를 위한 제도개선 등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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