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하게 수사했다” 했는데
김여사 ‘도이치 의혹’ 무혐의 못하는 검찰
윤 대통령 “할만큼 해놓고…” 김여사 특검 반대
검찰 “실체 규명 위해 순차적 수사” 원론 반복
‘채상병 특검’ 거부 시사, 공수처도 부담 커져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반대입장을 밝히면서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수사해온 검찰의 입장이 난처해진 모습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 정부에서 ‘치열’하게 수사했다고 강조했지만 정작 검찰은 이번 정부 들어서도 아직까지 김 여사에 대한 처분을 내리지 못하고 있어서다.
윤 대통령은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도이치(모터스)니 하는 이런 사건에 대한 특검 문제도 지난 정부 한 2년 반 정도, 사실상 저를 타깃으로 검찰에서 특수부까지 동원해 정말 치열하게 수사했다”며 “지난 정부에서 저와 제 가족을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것인지, 봐주기 수사를 하면서 부실하게 했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야당에서 요구하는 김 여사 특검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윤 대통령은 “특검은 검·경 공수처 같은 기관의 수사가 봐주기나 부실 의혹이 있을 때 하는 것”이라며 “할 만큼 해놓고 또 하자는 것은 특검의 본질이나 제도 취지와는 맞지 않는 정치공세, 정치행위”라고도 했다.
문재인정부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가 강도 높게 이뤄진 만큼 특검 주장은 정치공세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당시 충분한 수사가 진행되지 못했다는 반박이 나온다. 김 여사에 대한 고발이 접수된 2020년 4월부터 2021년 3월까지 약 1년간 윤 대통령이 현직 검찰총장으로 있었던데다 검찰총장에서 사퇴한 뒤에는 유력 대선주자로 떠올라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기 어려웠다는 얘기다.
당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이었던 이성윤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은 자신의 저서 ‘그것은 쿠데타였다’에서 “김건희 수사 당시 검찰총장이 윤석열이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실질적인 인사권을 가진 총장이 서슬 퍼렇게 내려다보고 있는데 어느 검사가 나서서 감히 총장 부인을 수사하고 기소한단 말인가”라고 당시 분위기를 전한바 있다.
실제 김 여사를 그렇게 치열하게 수사했는데도 나온 것이 없다면 무혐의 처리하면 되는데 윤석열정부 들어서도 검찰은 2년째 아무런 처분을 내놓지 않고 있다. 검찰이 지난 2022년 12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을 기소한 것과 비교된다. 권 회장 등은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았고 재판 과정에서는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 활용된 사실이 인정됐지만 검찰은 김 여사에 대한 소환조사조차 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그동안 권 전 회장의 항소심 재판의 법리상 쟁점을 살펴보면서 수사하겠다는 입장을 반복하며 김 여사를 소환조사하지도, 그렇다고 무혐의 종결하지도 않아 특검 추진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검찰 관계자는 9일 기자들과 만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 관련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사안의 실체를 명확하게 규명하기 위해 필요한 수사를 순차적으로 진행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여전히 필요한 수사가 남아 있다는 것으로 ‘할 만큼 했다’는 윤 대통령의 발언과는 사뭇 다르다. 그는 “실체 규명 과정에서 수사 방법이나 수사 대상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며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수사하고 수사 결과에 따라 사건 처리를 하겠다”고 밝혔다.
해병대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도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시사하면서 부담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건을 수사할 시간을 벌게 됐지만 그만큼 여야 모두가 납득할만한 수사 결과를 내놔야 한다는 것. 공수처가 대통령실과 국방부의 외압 의혹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하면 수사의지와 능력에 대한 야권의 비판을 피하기 어렵고, 반대로 외압이 있었다고 결론을 내놓더라도 확보된 증거나 법리 적용이 미흡하다는 법원의 판단을 받으면 여권으로부터 정치편향적이란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채 상병 사건 관련 수사가 경찰과 공수처에서 진행 중이라는 점을 들어 “일단 믿고 더 지켜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며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공수처 관계자는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해 “말씀드릴 만한 특별한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