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지 못한 ‘김 여사 숙제’…남은 3년 ‘최대 리스크’

2024-05-10 13:00:15 게재

윤 대통령, 특검법에 “정치공세”…야권 “재발의”

김 여사, 3대 의혹 휩싸인데다 ‘숨은 실세’ 의심도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놓고 여야가 또다시 충돌할 태세다. 야권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불발된 ‘김 여사 특검법’을 재추진한다는 입장이지만, 윤 대통령은 “정치 공세”라며 다시 거부할 뜻을 분명히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윤석열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야권에서 ‘V2’로 부를 만큼 윤석열정권에서 영향력을 주목 받는 김 여사는 윤 대통령 남은 임기 3년 동안 최대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윤 대통령은 9일 기자회견에서 김 여사 논란과 관련 “제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들께 걱정 끼쳐드린 부분에 대해서 사과를 드리고 있다”면서도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해선 “그냥 정치 공세, 정치 행위 아니냐”며 거부 뜻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미 지난 1월 ‘김 여사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야권은 ‘김 여사 특검법’을 재추진할 태세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양·명·주(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 명품백 수수 의혹,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부분은 국민이 진상이 뭔지 알고 싶어 한다”고 밝혔다. 결국 여야는 ‘김 여사 특검법’을 놓고 22대 국회 초입부터 재충돌할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 리스크는 특검뿐 아니라 국정 전반에서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 여사는 검사 출신인 윤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되는데 많은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보니 집권 이후에도 김 여사는 인사를 비롯한 국정 전반에 입김을 행사한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입김이 자칫 ‘제2의 국정농단’으로 번질 가능성에 주목한다. 김 여사는 대통령 부인일 뿐 법적으로는 국정에 간여할 아무런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야권은 김 여사를 ‘V2’로 부르며 ‘권력 위의 권력’ ‘숨은 실세’로 의심한다. 김 여사는 야당이 제기한 3대 의혹에도 직면해 있다. △국토부가 양평고속도로 계획안을 변경해 김 여사 일가가 특혜를 입었다는 의혹 △김 여사가 명품백 등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연루됐다는 의혹이다. 야권이 3대 의혹을 겨냥한 특검을 관철시킬 경우 어떤 수사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다. 특검 수사 과정에서 ‘별건’이 드러나면서 윤 대통령 부부가 정치적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문제는 윤 대통령 부부가 이 같은 리스크를 원천차단하기 위한 조치를 주저한다는 것. 애당초 특검을 수용해 결백을 입증하는 선제적 대응이 필요했지만 윤 대통령은 지금껏 버티고 있다. 김 여사가 국정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걸 국민이 믿도록 하는 ‘조치’도 거부하고 있다.

결국 윤 대통령은 남은 임기 내내 김 여사 리스크에 끌려 다닐 공산이 커졌다. 여권 인사는 9일 “윤 대통령이 지금이라도 김 여사 리스크를 해소할 결단을 내려야 한다. 임기 내내 시한폭탄을 안고 갈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고 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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