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사흘새 하르키우 마을 9곳 장악
미국 지원 무기 도착 전 봄철 대공세 나선 듯 … 우크라는 러시아 벨고로드 공습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과 AP·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12일(현지시간)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하티셰, 크라스네, 모로호베츠, 올리니이코베 등 4개 마을을 점령했다고 밝혔다. 전날에는 하르키우의 플레테니우카, 오헤르체베, 보리시우카, 필나, 스트릴레차 등 마을 5곳을 장악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로이터 통신은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이 텔레그램을 통해 “상황이 어렵다”면서도 “우크라이나군은 방어선과 위치를 지키고 적에 피해를 주기 위해 모든 것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군 호르티차 합동그룹의 나자르 볼로신 대변인은 우크라이나 방송에서 “러시아군의 공격은 보우찬스크와 립치 마을을 겨냥한 것”이라고 말했다. 립치는 하르키우 외곽에서 20㎞ 거리에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지난 10일 하르키우 북쪽 접경지에서 국경을 넘어 지상전을 개시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5기 취임식(5월 7일)과 제2차 세계대전 종전 기념일인 전승절(5월 9일)이 지나자마자 2022년 9월 우크라이나의 반격으로 퇴각했던 이 지역에서 다시 공세로 전환했다.
러시아가 미국의 추가 군사 지원품이 도착하기 전 공격 수위를 올리는 봄철 대공세에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올레흐 시네후보우 하르키우 주지사는 이날 텔레그램에서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하르키우 지역에서 총 4073명이 대피했으며, 63세 노인이 포격에 사망하는 등 민간 피해도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쪽 국경의 모든 지역이 거의 24시간 적의 포격을 받고 있다. 상황이 어렵다”고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날 “러시아의 공세를 끊어내고 우크라이나군이 주도권을 되찾아야만 한다”고 독려했다.
우크라이나도 국경과 가까운 러시아 벨고로드에 대한 공습에 나섰다.
뱌체슬라프 글라드코프 벨고로드 주지사는 12일 텔레그램에서 “벨고로드는 우크라이나군의 대규모 포격을 받았다”며 포탄을 맞은 10층짜리 아파트 건물이 일부 붕괴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비상사태부는 이 건물에서 구조 작업을 진행하면서 8구의 시신을 수습했다고 밝혔다. 타스 통신은 건물이 계속 무너지고 있고 잔해 아래에 사람이 갇혀 피해자가 더 증가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우크라이나가 토치카-U 미사일과 다연장로켓시스템(MLRS)으로 벨고로드의 주거지역을 공격했으며 러시아 방공망이 미사일 6기와 MLRS 6발을 격추했으나 토치카 U 파편을 맞은 주거용 건물이 파손됐다고 설명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정권의 야만적인 미사일 공격으로 파괴된 벨고로드 아파트 상황에 대해 보고 받았으며, 필요한 모든 지시를 내렸다”고 말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지원을 받아 민간 시설을 조준 포격하는 ‘테러’를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밤새 브랸스크·리페츠크·볼고그라드주에서 총 6대의 드론을 격추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볼고그라드주에서 격추된 드론 1대는 정유공장 화재로 이어졌다.
AFP 통신은 볼고그라드에 러시아 제2 석유기업 루크오일이 소유한 러시아 남서부 최대 석유 공장이 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는 군사 장비와 병력 부족 속에 러시아에 대한 드론 공격을 강화해왔으며 특히 에너지 시설을 주요 표적으로 삼고 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