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B ‘한국 경제 긍정평가’…순매수 기조 이어질까
20조 순매수 … “하반기 전망 밝지 않아”
‘밸류업’ 관심 높지만 이후 행보 주목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국내 금융당국과의 간담회에서 한국 경제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지만 이 같은 발언이 실제 투자 확대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10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20조5447억원 가량을 순매수했다. 이번 달에만 순매수 규모가 1조원을 넘었다. 강달러로 인한 원화약세에도 외국인 투자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반도체와 자동차 등 국내 대표 기업들의 이익 개선세가 뚜렷해졌고 저평가 기업들에 대한 밸류업 수혜 기대감 등이 겹치면서 순매수가 계속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지난 7일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주재로 열린 한국과 싱가포르에서 영업하고 있는 투자은행(IB) 등 외국계 금융회사들이 참석한 화상회의에서 확인됐다.
회의에 참석한 오종욱 JP모건 체이스 대표는 “금년에도 강달러 현상이 이어지면서 외국인 자본유출이 우려됐으나, 밸류업 효과 등으로 오히려 증시에 외국인 자금이 20조원 가량 유입됐다”며 “현재 외국인 자본 유출의 가능성은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외 투자자들은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외환시장 선진화, WGBI(세계국채지수) 편입, 밸류업 등에 관심이 많고 투자를 확대하려는 움직임도 있다”고 말했다.
이동헌 BNY멜론 수석본부장은 “작년부터 진행 중인 외환시장 선진화의 방향성에 대한 긍정적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기술적인 측면에서 외국금융회사 진입에 장애 요인 있고, 디지털 서비스 관련 아웃소싱 등에 있어 보다 개방적인 정책 필요하다”며 “해외와 달리 적용되고 있는 국제기준·규제 등에 대한 점검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준환 SG증권 대표는 “중국경제 둔화 등으로 상대적으로 해외 투자자들의 한국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며, 이럴 때일수록 일관성 있는 정책으로 국가 신뢰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반도체 성장세 둔화, 미국 금리 및 내수 회복여부 불확실성 등으로 하반기 경제전망이 밝지만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밸류업 프로그램과 관련해 조만간 배당 확대 기업에 대한 법인세와 배당소득세 감면 혜택을 내놓을 예정이다. 하지만 자율 규제 방식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시장의 회의적인 전망이 우세한 상황에서 얼마나 실효성 있게 기업 지배구조가 개선될지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다.
밸류업이 중장기 과제라는 점에서 당장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겠지만 실현 가능성에 대한 부정적 우려가 커지면 외국인들의 국내 투자 기조가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이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경우 외국인들의 자금 회수가 시작될 수 있다.
금융당국은 13일 부동산PF 정상화 방안을 발표해서 PF사업장에 대한 신속한 구조조정을 통해 부실을 정리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부위원장은 화상회에서 “PF 사업장에 대해 ‘질서있는 연착륙’이라는 일관된 기조하에 정상사업장에는 자금이 원활히 공급될 수 있도록 하고, 사업성 부족 사업장은 재구조화를 지속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