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여사 명품백’ 최재영 목사 검찰 출석
"사건 본질은 대통령 권력 사유화" 주장
검찰, 선물 건넨 경위·직무관련성 등 조사
“김건희 여사 조사, 정해진 바 없어”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가방을 건넨 최재영 목사가 13일 검찰에 출석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에 대한 신속한 수사를 지시한 지 10여일 만이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1부(김승호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최 목사를 부정청탁금지법 위반과 주거 침입,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최 목사는 검찰에 출석하면서 “이 사건의 본질은 김 여사가 대통령 권력을 자신에 집중화하고 사유화한 것”이라며 “국정농단을 하면서 이권에 개입하고 인사 청탁을 하는 것이 저에게 목격돼서 시작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정을 책임진 대통령과 배우자는 결벽증에 가까울 정도로 청렴해야 함에도 그렇지 못하다”며 “윤 대통령과 김 여사가 어떤 분인지 알기에 그들의 실체를 조금이나마 국민들에게 알리려 언더커버(위장 잠입) 형식으로 취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이진복 전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에게 한 표현을 빗대 “아무 것도 받지 않았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재미교포인 최 목사는 윤 대통령 취임 후인 2022년 9월 13일 서울 서초구 코바나컨텐츠 사무실로 찾아가 김 여사에게 300만원 상당의 명품가방을 전달하면서 이를 손목시계형 카메라로 촬영한 당사자다. 명품가방과 카메라는 인터넷매체인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가 준비했다고 한다.
서울의소리는 최 목사가 촬영한 영상을 지난해 11월 공개해 파장을 낳았다. 백은종 서울의소리 대표 등은 같은 해 12월 윤 대통령 부부를 부정청탁금지법 위반과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최 목사도 서민민생대책위원회 등 시민단체로부터 고발당해 이날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게 됐다.
검찰은 최 목사를 상대로 김 여사에게 가방을 건넨 경위를 집중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또 최 목사가 건넨 명품가방과 윤 대통령의 직무 사이의 관련성도 확인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청탁금지법에서는 공직자 등의 배우자는 ‘공직자 등의 직무와 관련’해 일정액을 넘는 금품 등을 받거나 요구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직무 관련성이 인정되는지가 위법 여부를 가리는 핵심 쟁점으로 꼽힌다.
검찰은 앞서 최 목사와 김 여사의 전체 대화 내용을 토대로 윤 대통령 부부의 직무 관련성이 드러나는지 검토하기 위해 최 목사에게 촬영 영상 원본과 카카오톡 대화 메시지 내역 등을 제출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 목사는 당시 다른 취재 기자에게 모두 넘겨 소지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최 목사는 특히 직무 관련성과 관련해 “직무 관련성은 제가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검찰이 알아서 판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직무 관련성이 인정되더라도 청탁금지법에는 금품을 수수한 공직자의 배우자를 처벌하는 조항이 없어 김 여사에 대한 처벌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뇌물수수 역시 공무원을 처벌하는 법 조항이어서 김 여사에게 직접 적용하기는 힘들다는 관측이 많다. 이에 따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가법상 알선수재는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해’ 금품을 수수한 사람을 처벌하도록 돼 있어 공무원이 아닌 김 여사도 처벌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알선수재죄는 구체적인 청탁이 오가지 않더라도 금품을 주고받는 사람들이 이를 알선의 대가로 인식하면 성립된다.
최 목사가 그동안 김 여사에게 명품가방 외에도 명품 화장품과 고급 양주, 서적 등을 전달했다고 주장해온 만큼 검찰은 그가 건넸다는 다른 선물들에 대해서도 확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검찰은 이에 앞서 지난 9일 최 목사를 고발한 서민민생대책위원회 김순환 사무총장과 홍정식 활빈단 대표를 불러 고발인 조사를 진행했다. 오는 20일에는 윤 대통령 부부를 고발한 서울의소리 백 대표도 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최 목사와 고발인들에 대한 조사 내용을 검토해 김 여사에 대한 조사 여부 및 방식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이제 고발인과 피고발인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는 단계”라며 “김 여사에 대한 조사에 대해선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