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표 민생지원금’ 장애물 수두룩…국민여론 ‘냉랭’

2024-05-13 13:00:05 게재

‘코로나’때와 달리 진보층만 ‘찬성’, 보수·3지대 ‘부정적’

재정적자·물가상승 부담 … 경기부양효과·위헌 논란까지

민주당 22대 1호 법안 예고 … 정부여당 ‘강력 반대’ 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민생지원금 25만원’ 지급 공약이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많은 난관을 뚫어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우선 국민 여론이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민주당이 여당이 아닌 야당이라는 점도 크게 달라진 점이다.

또 물가 부담, 경기진작 효과, 국가 재정 부담을 놓고도 찬반이 크게 갈린다.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 여당은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대규모 예산을 강제하는 법안이 헌법에서 규정한 정부의 예산편성권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헌’이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민주당은 국민 1인당 25만원씩 지역사랑 상품권을 지급하는 ‘민생위기 극복을 위한 특별조치법’을 22대 국회가 시작하자마자 발의하는 등 추경과 함께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민생 여론을 듣고 내년 예산안에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최고위원회의 주재하는 박찬대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왼쪽 두번째)가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12일 민주당 수도권 모 중진의원은 “전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제안을 해놨지만 여론을 보면 찬성 의견과 반대 의견이 비슷하다”면서 “예전 코로나 지원 때와는 다른 모습”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당시엔 여당일 때 추진했던 것인데 이제는 야당으로 대통령실까지 설득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여당일 때도 기획재정부를 설득하는 데 어려움이 컸다”고 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달 27~28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3명 대상으로 실시한 무선자동응답전화 조사에서 ‘전국민 긴급 지원을 통해 경제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으므로 찬성한다’는 답변은 44.3%로 ‘물가 인상을 부추기고 국가재정에 부담이 되므로 지원금 지급에 반대한다’는 답변(34.7%)을 앞질렀다. (신뢰구간 95%에 오차범위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정치성향별로 살펴보면 진보층의 경우 찬성(68.6%)이 압도적이었지만 중도층에서는 ‘찬성’(41.2%)이 ‘반대’(33.6%)를 소폭 앞섰고 보수층은 반대의견(55.8%)이 강했다.

여론조사공정이 데일리안 의뢰로 이달 6~7일 양일간 전국 18세 이상 1003명에게 무선자동응답전화로 ‘전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지원금 지급의 효과성’을 물었고 53.3%가 효과가 ‘클 것’으로, 42.5%가 ‘없을 것’으로 봤다. 지지 정당별로 보면 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지지자들은 효과가 클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한 반면 국민의힘 개혁신당 새로운미래 기타정당 등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부정적인 답’에 더 많은 손을 들어줬다.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일까지 사흘간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 한국리서치는 전국 1000명을 대상으로 면접원 직접 전화방식으로 ‘정부가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씩 민생회복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고 반대가 48%, 찬성이 46%로 나왔다. 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지지자는 압도적으로 ‘찬성’한 반면 국민의힘 정의당 개혁신당 새로운진보 지지층은 확고한 ‘반대’ 입장을 제시했다.

◆물가·재정 부담 크다 = 13조원의 재정을 푸는 것에 대한 시각도 크게 다르다. 경기침체라는 점에서 국가 재정 역할론이 힘을 받을 수 있지만 돈을 과도하게 풀게 되면 서민들을 억누르고 있는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민주당은 ‘이상기후에 의한 세계적인 공급 감소와 전쟁 등 외부요인에 따른 유가 상승이 현재 물가상승 이유이며 따라서 돈을 풀어 수요를 자극하는 것은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물가상승에 따른 실질소득감소로 지갑을 닫고 있어 기간을 정해 써야만 하는 지역상품권 등으로 지급하면 지역상권 등에 숨통이 트이는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식료품 가격 폭등으로 밥상물가에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수요측 물가 상승요인까지 겹치면 금리인하 시점이 더 늦춰져 가계 이자부담이 줄지 않고 공급측 물가상승 요인과 함께 물가를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일제히 우리나라 인플레 전망을 상향조정하기도 했다.

재정악화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지난 1분기에 세수는 줄어든 반면 재정조기집행으로 세출이 크게 늘어 재정적자가 75조300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1조3000억원 늘어난 규모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코로나 때는 우리나라 세수가 예상보다 매우 많이 들어왔는데 최근에는 세수 부족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정부 재정 악화는 민생지원금을 요구하는 데에 장애물이 될 것”이라고 했다.

◆법으로 재정집행 강제 ‘위헌’ 논란 = 정부와 여당이 반대하면 민주당은 ‘절대과반 의석’을 근거로 특별법을 통과시켜 정부의 재정집행을 강제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입법부가 법을 만들면 행정부는 법을 집행할 의무가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정부와 여당은 ‘위헌’ 가능성을 제기하며 막아섰다. 전날 윤희석 선임대변인은 ‘행정권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에 속한다’는 헌법 66조 4항을 들며 “국민들이 위헌 소지가 있는 걸 잘 알아보실 것”이라며 “민주당이 (다수 의석)수로 (국회에서 법을) 통과시켜도 최종적으로 입법하긴 어렵다고 본다”고 했다.

유승민 전 대표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가 편성해 제출한 예산안에 대해 국회가 감액은 할 수 있어도 정부의 동의 없는 증액은 할 수 없다는 게 우리 헌법의 원칙”이라며 “이런 식의 입법이 허용된다면 정부의 예산편성권은 무력화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이 법안을 내면 대통령은 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것이며, 국민의힘은 108석의 의석으로 국회 재의결을 막아야 한다”며 “민주당 특유의 악성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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