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알리·테무와 강제력 없는 ‘자율협약’
자율 제품안전협약식
구속력 없어 실효성 의문
공정거래위원회가 알리익스프레스·테무 플랫폼과 자율협약을 맺고 위해·가짜상표 제품의 유통·판매를 차단키로 했다. 정부가 정보를 주고 플랫폼과 함께 건강에 유해한 제품을 걸러내 유통·판매하지 않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미 유해 물질 범벅인 어린이 용품 등이 국내에 쏟아져 들어온 이후의 뒷북 대책이다. 여기에 법적 구속력도 없어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14일 공정위에 따르면 전날 서울 용산구 한국소비자연맹에서 공정위는 알리·테무 플랫폼 사업자와 ‘자율 제품안전협약’을 체결했다. 자율협약의 골자는 공정위가 유관 기관과 함께 알리와 테무에서 유통한 제품의 유해 성분과 위조 관련 정보를 수집해서 전달하면 해당 플랫폼이 이 정보를 소비자에게 공지하고 상품 검색 및 판매를 차단하는 것이다. 공정위는 적발된 상품의 재유통 여부를 주기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이날 “이번 자율협약은 기존에 체결된 국내 오픈마켓 등과의 자율협약과 함께 온라인 유통거래 전반에서 소비자의 안전을 두텁게 보호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이제 소비자 안전의 확보는 기업이 지속할 수 있는 경영을 실현하는 데 있어 먼저 고려해야 하는 중요한 가치로 인식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은 강제성이 없는 자율협약 형태로는 C커머스의 짝퉁·유해 상품 판매가 근절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알리와 테무의 한국 법인 내에 국내 이커머스처럼 짝퉁·유해 상품 모니터링 전담 조직과 사후 처리를 담당하는 조직이 제대로 갖춰져 있는지 의문”이라며 “불량 상품을 판매해도 자율협약 만으로는 신속한 환불과 셀러 퇴출 등 후속 조치를 보증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도 제대로 된 자정 시스템이 구축될 때까지 10년 가량 걸렸다”며 “이보다 느슨한 규제를 받는 중국 이커머스 업체에서 짝퉁·유해 상품을 완전 차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이번 자율협약을 넘어 중국 정부와의 추가 협력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중국 제조사와 유통사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중국 정부가 참여한 형태의 협약을 체결해야 자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