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조 규모 PF사업장 내달 사업성 평가…은행·보험 5조 대출

2024-05-14 13:00:21 게재

‘유의·부실우려’ 평가시 사실상 경·공매 추진

본PF 보다는 브릿지론·토지담보대출 구조조정

‘유의’ 평가 사업장에 은행·보험권 대출 공급

전체 중 2~3% 사업성 없어 정리 수순 밟을 듯

정부가 13일 약 230조원 규모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상화 방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전체 부동산PF 사업장에 대한 엄정한 사업성 평가를 단행해서 정상 사업장에 대해서는 자금 지원을 통해 확실히 살리고, 부실 사업장은 경·공매를 통해 정리하거나 재구조화를 거쳐 사업성을 높이겠다는 내용이다. 부실 우려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과 사실상 비슷한 방식이다.

경·공매 물건 중에서 재구조화를 거쳐 사업성이 있다고 평가되는 PF사업장에 대해서는 은행과 보험회사 10곳이 최대 5조원을 공동대출 방식으로 자금을 투입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내놓은 PF정상화 방안에 따르면 내달부터 금융회사들은 PF사업장에 대한 사업성 평가를 실시한다. 그전에도 사업성 평가를 했지만 PF의 특성과 위험요인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자율매각보다는 경·공매로 갈 듯 = 금융당국은 이번에 PF 평가기준을 개선하면서 평가등급도 세분화했고 평가기준을 구체화했다. 또 평가 대상을 현재 관리 중인 부동산 PF대출(본PF, 브릿지론) 외에 위험 특성이 유사한 토지담보대출과 채무보증 약정을 추가하고 대상기관에 새마을금고를 포함시켰다.

평가등급은 현재 ‘양호·보통·악화우려’로 분류되는 3단계에서 ‘양호·보통·유의·부실우려’로 평가하는 4단계로 세분화했다. ‘양호와 보통’은 정상적인 사업장이지만 ‘유의와 부실우려’는 부실 사업장을 의미한다. 유의는 만기 3회 연장과 경·공매 2회 유찰인 경우, 부실우려는 만기 4회 이상 연장과 경·공매 3회 이상 유찰인 경우 등이 해당된다.

금융당국은 '유의' 등급을 받은 사업장에 대해 재구조화와 자율매각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부실우려 사업장은 상각이나 경·공매를 통한 매각 등 정리 수순을 밟게 된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유의 등급을 받은 사업장의 경우도 자율매각 방식 보다는 경·공매를 통해 재구조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율매각으로 실제 매각이 진행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대부분 경·공매를 통해 PF사업장의 토지 가격이 낮아지면 인수자의 사업 추진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230조원 규모의 PF 사업성 평가 대상 중 5~10% 가량을 ‘유의·부실우려’ 사업장으로 볼 수 있다”며 “만기 연장이 어려울 정도로 사업성이 낮아 경·공매를 실시해야 하는 사업장은 2~3%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최대 23조원이 재구조화 또는 정리 수순을 밟게 될 PF사업장이며, 경·공매로 넘어갈 사업장은 7조원 규모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경·공매로 넘어갈 ‘유의’ 등급 사업장까지 포함하면 경·공매 규모는 훨씬 커질 수 있다.

특히 새롭게 평가대상에 포함된 저축은행의 토지담보대출과 새마을금고의 관리형 토지신탁 규모는 약 31조원 규모이고, 이 중 상당수는 경·공매를 통해 재구조화 또는 정리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경·공매로 넘어갈 PF사업장을 최소화해서 언급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이 밝힌 2~3% 규모의 경·공매 사업장은 ‘부실우려’ 등급이 예상되는 곳으로 이들 사업장은 재구조화가 어렵고 상각을 통해 정리될 가능성이 높다.

◆은행·보험업권, 경·공매 활성화 지원 = 금감원은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연체율을 낮추기 위해 PF사업장의 경·공매를 적극 유도할 방침이다. 금리 인하 시점까지 버티면서 시장 상황을 지켜보려했던 금융회사들은 ‘부실우려’ 등급 사업장의 경우 대출액의 75%까지 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만큼 경·공매에 나설 수밖에 없다.

은행(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과 보험사(삼성생명 한화생명 메리츠손보 삼성화재 DB손보) 10곳은 공동출자로 PF경·공매 매입자금을 대출하는 1조원 규모(최대 5조원까지 확대)의 신디케이트론을 조성하기로 했다.

신디케이트론은 금융권 PF 사업성 평가결과에 따라 정리대상으로 선정돼 경·공매를 진행하는 PF사업장을 지원대상으로 한다. 경·공매를 받은 시행사 등을 상대로 경락자금대출, 부실채권(NPL) 매입지원, 일시적 유동성 위기 지원(선별적 지원)을 하게 된다.

다만 은행과 보험사들이 자금을 투입하는 만큼 ‘부실우려’ 등급을 받은 사업장에 대한 경·공매 보다는 ‘유의’ 등급을 받아 재구조화를 거쳐 사업성이 살아날 곳에 주로 지원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충분한 규모의 신디케이트론이 조성돼 자금이 지원되면, 사업자는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자금 조달이 가능해짐에 따라 사업성 개선효과가 커질 수 있으며 향후 본PF 전환도 용이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번 대책으로 금융회사의 PF사업장 재구조화·정리 부담이 다소 늘어나더라도 이미 적립된 충당금과 순차적인 충당금 적립 등을 감안할 경우 금융기관들이 충분히 감내 가능한 범위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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