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관세폭탄, 저가 중국 전기차 못막아”
미 CNBC “단기처방일 뿐”
“현지 합작투자 등 우회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중국산 전기차에 물리는 관세를 4배로 대폭 올리는 ‘관세 폭탄’을 예고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미국 시장에서 중국산 전기차의 위협을 막기에는 충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중국 전기차는 이미 10%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유럽에서 시장의 25%가량을 잠식하고 있지만, 아직 미국 시장에는 본격 진출하지 않은 상태다. 이 때문에 바이든 정부의 높은 관세 장벽은 잠재적 위협에 대한 예방 조치로 해석되고 있다.
미 경제전문 CNBC 방송은 15일(현지시간) 미국 컨설턴트와 무역 분석가들을 인용, 새로운 대중국 관세 장벽이 단기적으로 중국 자동차 업체의 미국 수출을 지연시킬 수는 있으나 궁극적으로는 차단하지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CNBC는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를 주요 배경으로 꼽았다.
중국 전기차에 대한 관세가 현재 25%에서 100%로 4배 오르더라도, 비야디(BYD)를 비롯한 주요 업체들이 저렴한 모델을 앞세워 시장을 공략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비야디의 소형 전기차 ‘시걸’의 경우 100% 관세를 적용하더라도 가격이 현재 미국에서 팔리는 전기차와 비슷하거나 약간 높은 수준일 것이라고 CNBC는 밝혔다.
차량 크기나 성능과는 관계없이 가격 측면에서 보면 소비자 선택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컨설팅업체 ‘알릭스파트너스’의 미주 자동차·산업 실무부문 공동 책임자인 댄 허시는 “그들(중국산 전기차)은 여기에 올 것이고, 그건 시간문제일 뿐”이라며 “서방 자동차 업체는 문제를 그냥 받아들인 건지 아니면 그들을 가지고 놀 준비를 할 건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을 비롯한 다른 곳에서도 비슷한 형태의 관세 정책이 나온다면, 중국 업체들은 현지 생산 공장 설립이나 합작 투자 등을 통해 새 길을 찾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이는 현대차와 기아, 도요타 등 한국과 일본 자동차 업체들의 미국 시장 진출 방식을 연상시킬 수 있다고 CNBC는 짚었다.
이런 시나리오는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다국적 완성차 기업 스텔란티스가 중국 전기차 기업과 합작 회사를 설립해 올해 9월부터 유럽에서 전기차를 판매할 것이라는 AP통신 보도가 14일 나왔다. 스텔란티스의 카를루스 타바르스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전기차 스타트업 립모터(링파오, Leapmoter)와 함께 설립한 합작 회사 ‘립모터 인터내셔널’이 오는 9월부터 유럽에서 전기차 판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합작 회사 지분은 스텔란티스가 51%, 립모터가 49%다.
타바르스 CEO는 립모터 인터내셔널의 전기차가 벨기에,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그리스, 네덜란드, 루마니아, 스페인, 포르투갈 등 9개국에서 판매되고, 4분기부터는 아시아 태평양과 인도, 남미와 중동, 아프리카에서도 판매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건스탠리의 팀 치아오 애널리스트는 CNBC 인터뷰에서 “서방의 보호무역주의는 빠른 글로벌 확장을 목표로 하는 중국 전기차·전기차 부품 제조업체에 단기적으론 걸림돌이 될 것”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중국의 전기차 정책 추진을 중단시킬 가능성은 작다”고 단언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