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차등이라니…확대적용 논의해야”
‘최저임금 밖 노동자’ 증언대회
#. 택시운전을 14년째인 이영길 택시지부 경기북부지회장은 주 6일 일하면서 가끔 승객이 “수입이 얼마나 되냐”고 물으면 난처할 때가 있다. “최저임금 수준”이라고 솔직히 말하면 “뭐 하러 택시 일을 하느냐, 차라리 다른 일을 하라”는 말을 들을 때 참 씁쓸하다.
#. 정두호 전국대학원생노조지부 지부장은 “대학원생 조교들은 학교와 근로계약서가 아니라 업무협약서를 맺고 임금이 아니라 등록금 감면, 장학금으로 받는다. 대학원생들 입장에서는 한 학기 최소 500만원하는 대학원 등록금이 부담되기 때문에 이런 노동조건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플랫폼·프리랜서 영역에서는 노동자 보수에 대한 아무런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사측이 마음대로 임금을 정하고 있다”며 “배달 플랫폼사들이 약관을 변경해 최저임금보다 낮은 배달 수수료가 더 낮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공공운수노조는 10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최저임금 더 넓게 더 높게’라는 제목으로 ‘최저임금 바깥의 노동자 증언대회’를 열었다.
택시기사는 최저임금법상 최저임금 적용 대상이지만 이영길 지회장의 시급은 최저임금(9860원)보다 낮다. 공공운수노조 설문조사에 따르면 택시기사의 89%가 월 200만원 미만을 받는다. 월 환산 최저임금(206만740원)보다 낮은 수준이다.
택시기사의 임금은 회사의 고정급과 ‘생산고에 따른 임금’(초과운송수입금)으로 구성된다. 초과운송수입금은 택시기사가 손님으로부터 받은 수입에서 회사에 납입하는 사납금(당일 매출 목표)을 제외한 부분이다. 초과운송수입금은 최저임금 산입범위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택시회사는 고정급을 최저임금으로 줘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회사는 소정근로시간을 줄여 고정급을 최저임금 미만으로 낮춘다. 이 지회장은 “불법이라는 대법원 판례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관행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경영계는 택시운송업 숙박·음식점업 편의점업에 대해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지회장은 “제대로 적용된 적도 없는데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까지 하면 현장 택시노동자들의 이탈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학원생은 학교, 연구단, 교수의 지시에 따라 교원과 같은 업무를 해도 학생이라는 이유로 최저임금, 4대 보험, 퇴직금을 받지 못한다. 대학원생이 노동자인지 학생인지는 사용자의 학교측의 편리에 따라 다르다.
정두호 지부장은 “대학원생은 배우는 학생이자 학교내 업무를 수행하며 임금을 받는 노동자로 대학원생 노동은 법적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플랫폼 노동인 배달라이더 노동자도 최저임금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국토교통부가 2022년 12월 발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배달노동자는 월 평균 381만원을 벌고 약 95만원을 보험료와 렌탈료 등으로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 실 급여는 286만원 수준이다. 주 6일 이상 1일 평균 12시간을 일해야 한다. 시급 9500원으로 최저임금(9860원)도 안된다.
최근 플랫폼사의 일방적인 라이더 약관 변경으로 불안정한 배달료에 더해 배달취소 시 배달료 삭감, 기상악화에도 할증 없는 배달료로 수입이 줄어들고 있다.
구교현 위원장은 “법으로 보수수준을 정하는 방법이 유일한 해법”이라며 “현재와 같이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선 최저임금위원회를 ‘최저보수위원회’로 확대 개편해야 노동자 기본권 보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정훈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5인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연장·야간·휴일 근로수당, 15시간 미만 노동자는 주휴슈당과 퇴직금, 1년 미만 노동자 역시 퇴직금이 지급되지 않고 장애인 수습근로자도 감액적용 받는다”면서 “이렇게 보면 차등적용이 아니라 차별적용이다. 최저임금제도는 차등이 아니라 더 넓게 확대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