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대치 '의정갈등'에 의료 생태계 붕괴 위기 엄습
의약품·의료기 줄도산 우려
채용 중단에 고용시장 한파
전공의 이탈로 이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급종합병원(상급병원)들의 경영난이 심각하다. 병원들은 비상경영체제를 가동 중이지만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매출 감소에 신규 인력 채용을 중단하고 의약품·의료기기 대금 지급까지 미루고 있다. 자칫 의료 생태계 전체가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17일 의료계에 따르면 진료 현장 복귀 조건으로 ‘의대 증원 백지화’ 등을 내건 전공의들의 복귀 시기는 가늠하기도 어렵다.
전공의 미복귀는 상급병원 경영난을 가중시킬 것이어서 의료 생태계 위기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의료기기·용품 납품 업체들은 진료에 들어가는 소모품 매출이 절반 가까이 줄어들고 수술용품의 경우 80% 이상 감소하면서 고사 위기를 겪고 있다. 의약품 납품업체들도 매출감소를 체감하고 있다. 1분기에는 기존 거래의 기간과 물량이 남아 있어 실적에 크게 반영되지 않았지만 2분기 들어서면서 매출감소가 커지고 있다.
이들 업종은 경영난에 시달리는 병원들의 대금결제 지연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업종 특성상 ‘선납품 후결제 구조’라 수금이 지연되면서 본사 정산금과 월급 등으로 인한 자금압박에 직면했다. 특히 납품업체 대부분이 소기업 규모라 자금압박이 장기화되면 줄도산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6~7월 위기설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면서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료공백 사태가 이어 납품업체 공백 사태가 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의정 갈등 교착 상태가 지속되면서 병원 내 다른 직군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수도권 23개 상급종합병원 중 현재 간호사 공채를 실시 중인 병원은 한 곳뿐이다. 간병사, 미화인력 등 병원 노동자들은 수입감소와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도 상급병원을 지원하기 위해 3개월간 건강보험 급여를 선지급하기로 했다. 근본 해결책은 아니지만 어느정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필수분야 의료인력 부족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2월 20일 집단 사직한 전공의들의 복귀 마지노선은 5월 20일이다. 전문의 수련 규정상, 수련을 받지 않은 기간이 3개월을 초과할 경우 전문의 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
신규 전문의 감소는 필수의료 과목부터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국 4년차 레지던트 2910명 중 필수의료 분야가 1385명이다.
지역·필수의료를 살리겠다며 정부가 추진한 의대증원 정책이 오히려 필수의료 붕괴를 기속화 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대목이다.
장세풍·박광철·오승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