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한미 방위비 협상과 트럼프 리스크
2026년부터 주한미군의 주둔 비용 중 한국이 부담할 몫을 정하는 12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2차 회의가 21일부터 사흘간 서울에서 열린다. 한달 전 하와이 1차 회의에 이은 것으로 본격적인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지난 2021년 체결한 11차 SMA는 2025년 말까지 유효하다. 2021년 방위비 분담금은 전년보다 13.9% 오른 1조1833억원이었고, 이후 4년간 매해 국방비 인상률을 반영해 올리기로 했다.
통상 차기 SMA 협상은 기한 만료를 1년여 앞두고 진행된다.그런데 이번에는 시기가 앞당겨졌다. 11월 미국 대선이 채 6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인 탓에 ‘트럼프 리스크’를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방위비 협상에서 도널드 트럼프는 우리에겐 트라우마다. 2019년 초 11차 SMA 협상에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한해 8억3000만달러(1조389억원)이던 방위비를 최대 50억달러(6조9000억원)로 올리라고 요구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등 행정부 내에서 반대가 있었지만 트럼프는 꿈쩍도 안했다. 결국 그의 임기 중 결론을 내지 못한 협상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합의를 이뤘다.
그랬던 트럼프가 이번 2차 회의를 앞두고 또다시 ‘동맹보다 돈’을 앞세우며 적성국과 동맹국을 구분 않는 전복적 세계관을 그대로 드러냈다.
지난달 30일자 타임지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주한미군을 철수시킬 것인가’란 질문에 “우리가 미군 4만명을 위험한 상황에 배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사실상 아무것도 내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협상을 했었다”며 뜬금없이 SMA를 꺼내 들었다. 자신이 한국이 수십억달러를 내도록 했지만 후임인 바이든이 재협상으로 거의 공짜로 해줬다는 식의 주장으로 이어졌다.
그는 지난 11일 대선 유세에선 “한국은 미국의 많은 산업을 빼앗아갔다”면서 “그래서 (주한)미군에 방위비를 낼 수 있을 만큼 많은 돈을 벌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실관계는 엉망이지만 그의 뇌리에는 ‘주한미군 주둔=방위비 분담금’이란 공식이 박혀있다는 점이 명확하게 드러났다.
현재 미국 대선은 주요 7개 경합주에서 트럼프의 우세가 이어지는 판세다. 물론 아직 예단하긴 이르지만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높은’ 트럼프의 대선 승리는 방위비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그 자체를 뒤흔들 것이라고 봐야 한다.
나토 동맹국들이 돈을 제대로 안낸다며 러시아가 마음대로 하도록 둘 것이라 떠든 트럼프다. 가치고 뭐고 돈이 가장 중요하다는 ‘트럼프 셈법’에 윤석열정부가 금과옥조로 강조해온 가치외교·동맹외교가 얼마나 힘을 쓸까. 미국 대선 결과가 어떻게 되든 실용·실리 외교노선이라면 부담이 한결 덜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