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ELS 사태에 은행 순익 줄어…H지수 상승 추세 향후 변수
1분기 실적에 배상금 1조8천억 반영
H지수 6900선 육박, 예상 손실 줄 듯
국내 은행의 올해 1분기 실적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배상금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1% 줄었다. 하지만 최근 홍콩H지수 상승 추세가 이어지면서 7000선 가까이 상승했다. 은행권은 6000포인트 이하에서 예상 손실을 산정해 배상금 규모를 추산했던 만큼 H지수가 7000선을 넘어갈 경우 실제 손실 규모는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5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7조원) 대비 1조7000억원 감소했다. 이자 이익은 2000억원 늘었지만 비이자이익이 줄고, 홍콩 ELS 배상금 1조8000억원을 반영한 결과다.
홍콩ELS 상품을 판매한 6대 은행은 1분기 기준 대규모 손실을 예상해 금융당국이 제안한 기준안에 따라 1조8000억원(총 손실액의 35% 수준)을 투자자 배상에 사용할 충당부채로 쌓았다. 1분기 뿐만 아니라 올해 연간 손실이 예상되는 금액을 모두 반영했다.
H지수가 6000선 이하일 때 손실을 반영한 것이라서 지수가 상승할수록 투자자 손실이 줄어서 배상 규모는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H지수는 올해 1월 4943 포인트까지 하락했다.
16일 기준 홍콩 H지수는 6871에 마감하면서 6900선에 육박했다. 7000선을 넘어갈 경우 올해 예상 손실 규모는 1/3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분기 은행의 이자이익은 14조9000억원으로 전년 동기(14조7000억원) 보다 2000억원 증가했다. 대출 등 이자수익자산 규모는 3222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3119조원) 대비 103조2000억원 증가했다. 이자수익자산이 3.3% 증가하면서 이자이익 규모가 더 커진 것이다. 다만 순이자마진이 0.05%p 축소되면서 이자이익 증가율은 큰 폭으로 줄었다. 2022년 1분기 이자이익 증가율은 16.9%였고 지난해 1분기 16.6%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1.6% 증가하는데 그쳤다.
비이자이익은 1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1000억원) 대비 4000억원(19.3%) 감소했다. 주로 시장금리 상승에 따라 유가증권평가이익 등 유가증권 관련 이익(9000억원)이 전년 동기(1조9000억원) 대비 감소한 영향이 컸다.
1분기 국내은행의 판매비와 관리비는 6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6조2000억원) 대비 2000억원 증가했다. 인건비는 1000억원 이상 늘었지만 물건비(임차료 접대비 광고선전비 등)는 400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총자산순이익률(ROA)은 0.57%로 전년 동기(0.79%) 대비 0.22%p 하락했고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은 7.79%로 전년 동기(11.05%) 대비 3.26%p 하락했다.
금감원은 “예상치 못한 위험 발생시에도 은행이 본연의 자금중개 기능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대손충당금의 충분한 적립 등을 통해 손실흡수능력 확충을 지속적으로 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