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제2차 미중갈등, 위험과 기회 공존
지난 2018년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던 미중 무역전쟁이 올해 5월 재점화되는 모습이다. 우리 시간으로 5월 15일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에서 생산된 전기차와 범용 반도체, 배터리 등 다양한 제품에 무역법 슈퍼 301조를 동원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가 자신들의 정당한 권익을 수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지금 시기에 2차 미중 무역전쟁이 시작된 것은 무엇보다 11월에 치러지는 미국의 대선 때문이라 볼 수 있다.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직 당시는 물론 이번 후보 경선 과정에서도 중국산 제품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해야 하며, 자신이 집권하게 되면 지금보다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주장해왔다. 바이든 대통령 측에서도 이러한 ‘중국 때리기’가 지지율에 영향을 미친다는 판단을 내린 모양새다. 만약 그렇다면 올해는 물론 다음 행정부 때까지도 미중 무역전쟁은 더 강화된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는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와 국내 증시에도 다양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대선 앞두고 제2차 대중 무역제재 카드
일단 단기적으로는 부정적인 측면이 강조될 수 있다. 무역갈등은 궁극적으로 글로벌 교역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은데, 우리나라는 여전히 수출 제조업 중심으로 성장하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증시 측면에서도 지난 1차 무역전쟁 당시의 하락 경험이 되풀이될 수 있다. 물론 2018년에 비해 지금의 충격은 상대적으로 작을 전망이다. 그 당시에는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 비중이 26.8%에 달했지만, 지금은 19% 내외로 내려왔다.
증시 역시 미중 무역전쟁 과정에서 떨어졌던 주가가 장기적으로 되올랐다는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그 당시보다 덜 반응할 수 있다. 하지만 대중국 수출 비중 19%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며, 중국의 보복이 미국을 넘어 미국과 강력한 동맹관계를 형성한 국가들로 확산될 가능성을 고려하면 우리 경제와 증시 모두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미국에서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중국의 대응 역시 위험 요인이다. 시장에서는 이미 중국의 공격적인 수출 전략이 각국의 주요 수출 및 내수 기업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늘어나 있는 중국의 생산능력을 고려할 때 충분히 가능성 있는 얘기다. 또한 이러한 상황은 미국 이외 주요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이어질 것이다. 이미 유럽에서는 중국 기업들의 공세에 대응해 관세율 인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관세율 인상이 초래할 물가상승 압력이 미국 통화정책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 역시 증시에서는 우려할 사안이다. 지금도 선뜻 금리인하에 나서지 못하는 미국 연준 입장에서 관세 부과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은 정책 결정에 부담을 줄 것이다. 이는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시점 역시 늦출 수 있다. 수출 개선에도 불구하고 내수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우리나라 경제에서 금리인하의 지연은 전체 성장률에 부정적인 요인이다.
경제와 증시 변동성 크지만 지나친 비관은 금물
다만 지나친 비관은 삼가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의 적절한 대응 여부에 따라 경제와 증시가 다시 회복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과거 1차 무역전쟁 이후에도 우리나라 정부와 기업은 소재 수입과 생산, 수출 측면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글로벌 밸류 체인의 재조정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등의 방식으로 위기를 극복해 왔다. 그리고 증시에서도 이와 같은 대응의 결과로 더 많은 이익을 내는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오른 바 있다.
당분간 경제와 증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적절하게 대응하는 기업들의 주식을 싸게 살 기회가 나타날 것으로 판단된다.
최석원 SK증권 경영고문